【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천리안 5호 위성 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을 문제 삼아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기술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업은 민간 주도 위성 개발의 첫 사례로,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 위성 산업 주도권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KAI는 평가 공정성을 지적하는 반면, 기상청은 절차와 규정을 준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천리안 5호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 사업에서 LIG넥스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KAI는 기상청과 기술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평가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다투고 있다. 해당 소송은 지난해 첫 변론이 진행된 데 이어 내달 26일 2차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기술원은 기상청과 우주항공청이 추진하는 천리안 5호 사업에서 실무 전반을 맡고 있는 기상청 산하 연구개발 전문기관이다. 사업 공고를 비롯해 제안서 접수, 설명회 운영 등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행정 절차를 총괄하고 있다.
천리안 5호 사업은 기상청과 우주항공청이 추진하는 정지궤도 기상·우주기상 위성 개발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약 600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시스템·본체 개발 비용으로 32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위성을 설계·제작·시험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AI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된 LIG넥스원의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과 관련한 경험과 역량, 실적, 시설·장비 수준이 자사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위성 시스템과 본체 개발 경험에서 양사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KAI는 1994년부터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에 참여하며 차세대중형위성, 정지궤도 복합위성 등 다수의 위성 시스템과 본체를 주관 또는 공동 개발한 이력을 쌓아왔다. 반면 LIG넥스원은 위성 탑재체 중심의 사업 비중이 높아 시스템·본체 총괄 경험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평가에서 LIG넥스원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KAI의 입장이다.
평가 기준의 적용 방식도 쟁점이다. KAI 측은 시스템·본체 개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평가 항목에서 위성 부분체나 탑재체 개발 실적까지 폭넓게 인정해 경쟁사의 참여 문턱을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동일 사업 내 다른 과제들과 비교해도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평가의 형평성을 해쳤다는 주장이다.
기상청의 입장은 달랐다. 사업 평가가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것. 위성 시스템과 본체 주관연구개발기관 자격 기준을 충족한 KAI와 LIG넥스원을 대상으로, 사전에 공개된 평가 기준에 따라 기술평가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당사는 소송 당사자가 아닌 만큼 별도의 입장을 밝힐 사항은 없다”면서도 “업체 선정은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험과 역량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위성 탑재체부터 본체·지상체까지 아우르는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우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갈음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2006년부터 고성능 영상레이더(SAR)를 비롯한 위성 기반기술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왔으며, 천리안위성 3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다목적실용위성 5·6호, 군위성통신체계(ANASIS-I·II), 초소형 위성체계 사업 등에 참여하며 위성 시스템 전 분야에 걸친 핵심 역량을 확보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LIG관계자는 “자체 투자를 통해 대전에 위성 체계종합·시험동을 구축하는 등 우주 산업에 특화된 개발 인프라도 강화해 왔다”고 밝히며 “앞으로는 위성 탑재체, 본체, 지상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위성 시스템 통합개발 역량을 한층 고도화하고, 위성 활용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각사의 이견이 큰 만큼 법정공방은 장시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와 업계에선 이르면 올 상반기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사업 규모와 상징성을 감안하면 항소·상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을 위한 본계약 체결도 늦어질 수 있다. 사업자 선정 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는 KAI와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려는 LIG넥스원의 줄다리기가 업계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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