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장정지 환자 브래지어 안 풀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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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심장정지 환자 브래지어 안 풀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권고”

위키트리 2026-01-29 13:4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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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시 속초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인명 구조·구급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2025년 7월 7자 뉴스1 사진

여성 심장정지 환자의 브래지어 벗기지 않고도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이 가능해진다. 신체 노출 우려로 낮았던 여성 환자 자동심장충격기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새 지침이 마련됐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가 29일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5년 만에 개정된 이번 지침은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를 총망라해 현장에서 더 쉽고 효과적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국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2006년 첫 제정 후 2011년, 2015년, 2020년에 개정이 이뤄졌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존 2020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되,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해 개정했다. 16개 전문단체에서 73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7개 전문위원회가 2020년 이후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에서 발표한 심폐소생술 국제 합의 내용과 이후 추가로 발표된 연구논문 등을 꼼꼼히 검토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생존 사슬, 하나로 통합해 더 단순하게

주요 개정 사항을 보면 먼저 심장정지 환자 소생을 위한 일련의 단계를 의미하는 '생존 사슬'을 통합하고 단순화했다. 기존에는 성인, 소아, 병원 밖, 병원 내 4가지의 생존 사슬로 구분돼 복잡했다. 이를 하나로 통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꿨다. 또 병원에서 이뤄지는 전문소생술과 소생 후 치료를 하나의 고리로 통합하고, 재활 및 회복 사슬을 별도의 고리로 강조했다. 심장정지에서 회복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성 환자, 브래지어 그대로 둬도 OK

기본소생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여성 환자에 대한 배려다. 그동안 여성 심장정지 환자의 경우 신체 노출과 접촉에 대한 우려 등으로 자동심장충격기 적용률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구조자들이 "옷을 벗겨야 하나", "브래지어는 어떻게 하지"라며 망설이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자동심장충격기 패드(전극) 부착 위치 / 질병관리청

이번 개정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래지어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 위치를 조정한 뒤에 가슴조직을 피해 자동심장충격기 패드를 맨 가슴에 부착할 것을 권고했다. 이렇게 하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데 있어 성별에 따른 장벽을 낮춘 셈이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변화도 있다. 구급상황(상담)요원이 신고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 확보·사용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것을 제안했다. 119에 신고하면 상담원이 "근처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나요? 가져다 사용하세요"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심폐소생술 순서 및 방법은 기존 지침을 유지하되 가슴압박 시행 시 구조자의 주된(편한) 손이 아래로 향할 것을 제안했다. 작은 변화지만 더 효과적인 가슴압박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아기 심폐소생술, 이제 이렇게

소아 기본소생술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다. 영아(만 1세 미만의 아기)의 경우, 기존에는 1인 구조자는 두 손가락 압박법, 2인 이상 구조자는 양손 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을 권고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서는 구조자 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양손 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변경 후 압박법. 두 손가락 압박법. / 질병관리청

왜 바뀌었을까? 연구 결과 두 손가락 압박법에 비해 양손 감싼 두 엄지 가슴압박법이 압박 깊이와 힘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고, 손가락 통증이나 피로도 면에서도 훨씬 우월하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아기의 작은 가슴을 양손으로 감싸 안고 두 엄지로 압박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 인공호흡이 먼저

익수에 의한 심장정지 환자에 대한 지침도 명확해졌다. 기본적으로 인공호흡을 포함한 표준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산소 부족이 심장정지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인공호흡이 특히 중요하다.

다만 일반인 목격자가 인공호흡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꺼리는 상황에서는 가슴압박소생술만이라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가슴압박만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반면 교육을 받은 일차반응자나 응급의료종사자는 인공호흡부터 시작하도록 했다. 익수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침이다.

엎드린 채로도 심폐소생술 가능

전문소생술 분야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지침이 추가됐다. 엎드린 자세에서 심장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 기관내삽관이 돼 있고, 환자를 즉시 누운 자세로 변경하기 어렵거나 관련된 위험이 있을 경우 엎드린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볼 수 있음을 권고했다.

수술 중이거나 특수한 상황에서 환자를 뒤집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무리하게 자세를 바꾸려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엎드린 채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성인 심장정지 환자가 기존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회복이 되지 않을 때 가능한 경우 체외순환 심폐소생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고했다. 일반 심폐소생술로 안 되면 인공심폐기를 동원한 고강도 치료를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체온 관리, 조금 더 유연하게

심장정지 소생 후 치료에서도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자발순환회복 후 혼수인 성인 환자에게 목표체온유지치료 시 32~36도 사이 온도를 권고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서는 다소 상향된 33~37.5도 사이 온도를 체온유지치료 목표 온도로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체온을 너무 낮게 유지할 필요 없이 조금 더 유연하게 관리해도 된다는 의미다.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편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목에 뭔가 걸렸을 때, 이렇게 하세요

성인 및 1세 이상 소아의 경우 이물에 의한 기도폐쇄 시 기존과 동일하게 등 두드리기 5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등 두드리기가 효과가 없다면 5회의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를 시행하면 된다. 이 부분은 기존 지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검증된 방법이니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 / 질병관리청

다만 1세 미만 영아의 경우는 다르다. 내부 장기 손상에 대한 우려로 복부 압박이 권고되지 않는다. 아기의 장기는 너무 약해서 복부를 누르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5회의 등 두드리기와 5회의 가슴 밀어내기 방법을 이물이 나올 때까지 또는 의식이 없어질 때까지 교대로 반복 시행해야 한다.

영아 가슴 밀어내기(한 손 손꿈치 압박법). / 질병관리청

여기서 새로 추가된 내용이 있다. 가슴 밀어내기 방법을 한 손 손꿈치 압박법으로 시행할 것을 이번 개정에서 권고했다. 손꿈치는 손바닥과 손목 사이의 불룩한 부분을 말한다. 이 부분으로 아기의 가슴을 눌러주면 더 효과적으로 이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생아, 20분까지 최선을 다한다

신생아소생술에서는 생명윤리와 관련된 중요한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출생 직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자발순환회복을 보이지 않는 신생아의 경우 심폐소생술의 중단에 대한 논의를 고려할 수 있는 시간을 출생 후 10~20분 정도로 권고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에서는 출생 후 20분 정도에 심폐소생술 중단 논의를 고려하도록 바꿨다. 10분이 아니라 20분까지는 최선을 다해 살려보자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한 번 더 강조한 변화다.

교육, 역시 대면이 최고

교육 및 실행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비대면 교육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팬데믹 등 대면 실습 교육이 불가능한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기주도형 디지털 학습 등의 비대면 교육보다는 강사주도형 실습 교육을 동반할 것을 권고했다.

아무래도 심폐소생술은 실제로 몸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영상을 아무리 많이 봐도 직접 마네킹을 눌러보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 가능하면 강사와 대면으로 만나 실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손의 올바른 위치나 가슴압박 속도 및 깊이를 음성, 메트로놈 등을 이용해 피드백해주는 장치를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더 빨리요", "조금만 더 깊게요"라고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장치를 쓰면 교육 효과가 훨씬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응급처치 분야 새로 생겼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응급처치 분야를 새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 국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심장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정리했다.

가슴통증 환자, 급성 뇌졸중 의심 환자, 천식 발작, 아나필락시스, 경련 발작, 쇼크, 실신 등 7가지 상황에 대한 응급처치 지침을 담았다. 심장정지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원칙을 심폐소생술에도 적용한 셈이다.

예를 들어 가슴통증 환자가 협심증을 진단받았으며 평소 자가 복용 중인 니트로글리세린 정제나 설하 스프레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증상 발생 시 해당 약물을 투여하도록 권고한다. 급성 뇌졸중을 조기에 인지하기 위해서는 FAST(Face, Arm, Speech, Time) 평가법 등 다양한 선별 도구를 사용하라고 안내한다.

천식 발작 환자를 만나면 환자가 스스로 천식 발작을 인지하고 흡입기를 가지고 있을 경우 흡입을 유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나필락시스의 위험에 처한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자가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증상이 발현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경련 발작을 하는 환자를 마주하면 곁에 대기하면서 발작의 전 과정을 침착하게 관찰하라고 권고한다. 쇼크 환자는 적절한 자세를 유지해 뇌와 같은 주요 장기의 혈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실신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거나 구토를 한다면 기도폐쇄를 방지할 수 있는 회복 자세를 취하도록 한다.

이처럼 심장정지 전 단계에서부터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응급상황에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바탕으로 만든 생명 지침"

황성오 대한심폐소생협회 이사장은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개정은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이뤄졌다"며 "임상 근거와 다양한 전문가 합의를 거쳐 진행된 만큼 실제 현장과 교육 과정에서 폭넓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이 확대되고 심장정지 환자 생존율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개정 사항을 유관기관 및 대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개정된 내용이 심폐소생술 교육자료와 현장에도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질병관리청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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