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발표에 대해 "손현보 목사 구속과 쿠팡 사태", "이재명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발언" 등을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정부 대응을 두고는 "반미감정 조장"을 주장하는 등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선 앞서 '트럼프 사태' 직후엔 유관 상임위원장인 이철규(산자위)·임이자(재경위) 의원이 "미국이 한국 국회의 입법절차 등에 대한 이해가 덜 되지 않았나"라는 취지로 상황을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 복귀와 함께 이번 사태에 대한 당의 기조는 강성 공세로 전환된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관세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데는 복합적 원인이 있다", "입법불비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벤스 미국 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 면전에서 '손현보 목사 구속'과 '쿠팡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사회 현안에 간섭하기 위해 지난 한미 관세협상 내용을 뒤집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셈이다. 장 대표는 이어선 "그리고 최근에 이재명 대통령이 방중을 하면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관세 협상과 관련돼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장 대표는 "저는 최근에 '이재명 정부가 쿠팡 사태나 유한킴벌리 사태를 다루는 태도나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어설프게 밀어붙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경고한 바 있다"며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날 청와대는 "미국의 불만은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 때문이라고 100% 보고 있다"며 "미국도 그렇게 답변하고 있다", "이미 백악관에서 (쿠팡 등은) 관련이 없다고 깔끔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대표 등 국민의힘·보수층 일각에서는 '다른 원인'이 있다는 유추성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사태와 관련 "외교적으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이 대통령, 그리고 벤스 미국 부통령을 직접 만나고도 아무런 성과 없이 뒤통수를 맞은 김 총리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자화자찬식 외교 성과 홍보에 몰두했지만 그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 없다"고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재인상 명분으로 언급한 '입법 지연'을 두고도 "야당 탄압을 위한 특검법들은 막무가내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던 집권여당이 정작 국익이 걸린 현안에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느닷 없이 '입법 속도가 늦다'며 국회 탓을 했다. 그야말로 누워서 침 뱉기"라며 "내란몰이 악법에 쏟아부은 에너지의 10분의 1만 국익과 민생경제에 썼더라면 이런 외교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재정 부담을 주는 무역 합의 또는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베선트 재무장관도 그런 뜻에서 단어를 사용했던 것"이라고 말해, 자당의 당초 입장이었던 '대미 투자 특별법'이 아닌 '국회 비준 동의'를 강조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입법지연'에 대해 "저는 인정할 수 없다. 국회 탓이 아니라 이건 이재명 정부 그리고 민주당 탓"이라며 "아마도 미국을 방문한 김 총리가 '우리는 하고 싶은데 국회에서 동의를 해 주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라고 (미국에) 변명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신 최고위원은 김 총리와 밴스 부통령의 대화 내용을 이같이 추정한 데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신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에 임하는 정부·여당의 동향을 두고는 " 앞으로 이제 이게 더 잘못되면 미국 탓을 할 것. '트럼프 이상한 사람이다', 이렇게 또 변명을 할 것"이라며 "그것도 잘 안 되면 반미감정을 조장할 것이다. 그걸 가지고 지방선거를 치를 생각"이라고 맹비난햇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자위원장, 임이자 재경위원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 당일인 27일 "미국 측이 한국 국회의 입법절차, 미국과 다른 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덜 되지 않았나 싶다"(이철규), "저희가 뭘 이행 안했는지 (현재는) 알 수가 없다"(임이자) 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지도부 차원에서 사태의 초점을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로 완전히 전환한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이 한미 관세협상 후속조치로 '국회 비준 동의'를 재차 주장하는 것을 두고 "국민의힘의 '비준 족쇄'는 국익을 헤치는 자해행위"라며 "국민의힘은 구속력 없는 MOU에 굳이 국회 비준이란 자물쇠를 채우자며 시간을 끌고 있다. 명백한 발목잡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관세 인상의 이유는 '입법지연'이지 비준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비준) 고집은 우리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특별법 처리에 즉각 협조하라"고 지적했다.
한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론 "민주당이 발의한 대미투자 특별법은 전략적 투자를 뒷받침할 확실한 국내 이행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기금조성과 운영원칙을 명문화해서 미국엔 입법적 성의를 보이고 우리 기업엔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온라인 플랫폼법, 쿠팡 규제 등 정부·여당 추진 정책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제기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세협상 당시 미국이 문제제기해온 플랫폼법상의 '독과점 축'에 대해선 추후에 협의하는 것으로 빼놨다"며 "미국과는 이미 그 에 대해 얘기가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와 '쿠팡 사태'의 연결성과 관련해서도 "김 총리가 (벤스 부통령을 만나) 명확하게 '이것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국내법과 제도에 의한 것들'이라고 명확하게 설명했고, 그에 대해 이해를 구한 바도 있다"며 "우리가 너무 과도하게 쿠팡을 띄어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비준 동의는 외통위 소관이고 특별법은 재경위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야 될 문제", "비준 동의와 특별법은 별개의 트랙"이라며 "국민의힘이 대미투자 특별법을 지연시키는 논리로 국회 비준을 얘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특별법 입법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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