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를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해 재투자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다. 세계 각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한국도 도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정치권과 산업계,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이 정면으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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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28일 X에 설탕세 도입 찬성 여론이 높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 의견을 물었다. 해당 기사에는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1%가 첨가당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당류가 들어간 제품에 부담금을 매겨 소비를 줄이려는 정책이다. 조성된 재원은 건강증진 사업이나 보건의료 분야에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고, 이후 영국·프랑스·미국 등 110여 개국이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중심으로 당 함량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 주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은 100ml당 설탕 함유량이 5~8g 미만이면 리터당 0.18파운드, 8g 이상이면 0.24파운드를 부과한다. 프랑스는 음료의 설탕 함량에 비례해 과세한다. 아시아에서도 태국과 필리핀 등이 설탕이 포함된 음료에 과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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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2021년 강병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가공식품 부피 100리터당 설탕 20킬로그램을 초과하면 제조사가 부담금 2만 8000원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었지만, 식품업계 반발과 조세 형평성 논란 속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위한 입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설탕세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해외 연구 결과는 여럿 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전역에 온스당 2센트의 설탕음료세를 10년간 적용했을 때를 가정해 분석을 진행했다. 2세 이상 인구 약 43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2032년 한 해에만 성인 비만 26만 6000명, 소아·청소년 비만 4만 2700명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누적으로는 사망 6320명 예방, 삶의 질을 반영한 생존연수 11만 4000년 증가가 전망됐다.
비용 대비 효과가 뚜렷하다. 설탕음료세 시행을 위한 10년간 행정·운영 비용은 총 4040만 달러로 1인당 약 0.93달러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의료비 절감 효과는 크다.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비만 관련 의료비 112달러를 절감하는 구조로 계산됐다. 연구진은 이를 모든 비용효과성 지표에서 비용 절감에 해당하는 정책으로 평가했다.
소비 행태 변화도 확인됐다. 세금 도입 첫해 설탕음료 관련 지출은 성인 1인당 평균 32.5달러, 아동은 25.7달러 감소했다. 연구진은 세금이 붙더라도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어 가계의 총 지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비만 감소 효과는 고소득층보다 1.4배 컸다. 설탕음료 소비량이 많고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같은 소비 감소에도 체중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각국의 사례는 엇갈린 결과로 이어졌다. 멕시코는 2014년 리터당 1페소의 설탕음료세를 도입했고, 이후 2년간 과세 음료 구매가 8.2% 감소했다. 영국은 2018년 설탕음료산업부담금을 도입한 뒤 제조사들이 제품을 재조정하면서 시판 음료의 평균 설탕 함량이 46% 줄었다. 태국과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설탕 함량에 따른 차등 과세 이후 소비 감소와 제품 재조정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덴마크는 2011년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가격 급등과 국경 간 소비 이동, 산업 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이 사례는 설탕세 논의에서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청와대는 설탕 부담금 언급과 관련해 세수 확대보다는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설탕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와,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재원 활용 방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나갈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제와 조세가 연관된 만큼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 국회 토론회를 거쳐 제도 도입 방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반발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국의 비만과 당뇨 문제는 설탕보다 소금 섭취와 더 관련 있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설탕세는 소비 구조를 왜곡하고 저소득층에 부담을 주는 역진적 세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설탕세가 물가 상승만 초래하고 실질적인 건강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식음료 업계 역시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설탕세가 담뱃세 인상과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면서 가격 인상이 곧바로 식습관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와 대한제당협회는 특정 산업에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조세평등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강제적 조세보다 균형 잡힌 식생활 교육과 기업의 자발적 혁신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설탕 과다 섭취의 건강상 위험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유당 섭취량을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미만, 가능하면 5%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성인 기준으로 하루 설탕 25g 안팎에 해당한다. 그러나 국내외 조사에서 실제 섭취량은 이 기준을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다.
설탕은 열량은 높지만 필수 영양소가 거의 없는 이른바 ‘빈 칼로리’ 식품으로 분류된다. 지속적인 과잉 섭취는 체중 증가와 비만 위험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켜 제2형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키운다. 특히 설탕이 액체 형태로 빠르게 흡수되는 음료의 경우 포만감 유발 효과가 낮아 섭취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도 보고돼 있다. 미국심장협회는 첨가당 섭취가 많을수록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하고, 고혈압과 심장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설탕 섭취 비중이 높은 집단에서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소아·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성장기 아동의 과도한 설탕 섭취는 비만뿐 아니라 지방간,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고, 미각 형성 과정에서 단맛에 대한 선호를 강화해 성인기 식습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설탕세를 검토하거나 도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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