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확정하면서 한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친윤계가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 내부에서 내란 척결을 내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던 친한계가 위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 전 대표는 당 밖에서의 독자적 정치 행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29일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당 윤리위원회가 제명 징계를 결정한 지 16일 만으로, 8일간의 단식 농성을 마치고 전날 당무에 복귀한 장동혁 대표가 곧바로 최고위를 열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표결에는 장동혁 대표,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조광한 최고위원과 송언석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참석했으며 우 최고위원만 제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가 끝나고 난 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원 징계안이 윤리위 의결대로 최고위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한 전 대표는 당적을 박탈당했으며, 당 규정상 향후 5년간 재입당이 제한된다. 재입당을 위해서는 최고위의 승인이 필요하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했다는 의혹이다. 윤리위는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 해당 사안을 근거로 제명 징계를 의결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했지만 재심 절차를 거부했다.
이번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도 계파 간 시각차가 노출됐다. 친한(親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의결에 앞서 공개 발언을 통해 “이번 징계는 탄핵 찬성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광한 최고위원은 “당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악성 부채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제명과 맞물려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탈당 권유 처분이 내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인 징계를 넘어선 ‘친한계 정리 수순’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지도부가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친한계와의 절연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통해 내부 권력 구도를 재편하는 쪽을 택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한 전 대표는 당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투쟁할 공간을 상실했고 향후 선택지는 독자 행보 외에는 사실상 남지 않게 됐다. 친한계 의원 다수가 비례대표라는 점에서 집단 이탈 가능성은 낮고 지역구 의원들 역시 동반 탈당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투데이신문> 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마다 타이밍을 놓쳐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 정당 프레임을 돌파하며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기회가 있었음에도, 보수 결집 국면에서조차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못한 채 결정적인 시점에 모든 것을 걸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정치적 기회를 소진해 왔다”고 평가했다. 투데이신문>
이어 “당을 떠나 새로운 보수 재편의 구심점을 모색할 선택지도 있었지만, 이를 미루는 사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현재의 조건에서는 정치적 독자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된 뒤 당 대표까지 오르며 불과 2년 만에 당내 입지를 키워왔다. 그러나 제명으로 당을 떠나게 되면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법적 대응이나 제3지대 모색 등 어떤 방식의 ‘홀로서기’를 선택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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