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 한국인 조직원 52명 구속하고 2명 수배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하루 최소 50통 이상 전화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근무태도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평범한 기업의 업무 지시가 아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노쇼 사기 조직인 '홍후이 그룹'의 중국인 총책이 단체 대화방에서 한국인 조직원 52명에게 범행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부산경찰청 캄보디아 범죄조직 수사TF는 29일 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과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한국인 팀장 A씨 등 5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국내 144개 관공서 담당자를 사칭하면서 대리구매를 유도해 돈을 챙기는 노쇼 사기 수법으로 210명으로부터 7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중국인 총책과 관리책, 한국인 관리책을 두고 5개 팀 규모로 운영됐다.
캄보디아 현지 건물은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됐고, 출입구에는 전기충격봉을 소지한 경비원도 있었다.
조직원 대부분은 건물 내에서만 지냈고, 관리자급 일부만 외부 출입이 허용됐다.
범행은 대상업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1선'과 물품 대금을 받을 거래업체 행세를 할 '2선'으로 나눠 진행됐다.
1선은 온라인에 공개된 공공기관 수의계약 정보 등을 수집한 뒤 위조한 명함과 공문서를 피해자들에게 보내 거래를 제안하고, 피해자 연락이 오면 2선은 사업자등록증이나 견적서를 보낸 뒤 대포통장 계좌로 돈을 받았다.
이들은 관공서와 원활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와 판매자가 소비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피해자들과 통화할 때 '시청과 공기업 직원은 갑이다. 절대 매달리거나 비굴한 말투를 하지 말라'는 매뉴얼도 있었다.
중국인 총책은 1선 조직원들에게 매일 50곳에 범행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5개 팀별로 사칭할 기관과 피해 목표 업체 등을 날짜별로 배분해 공유하면서 범행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범행에 성공하면 피해금의 5∼13% 수준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조직원 상당수는 처음에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판매하면서 범행에 연루됐는데, 브로커 등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기본급과 성과금을 받으려고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도박 빚 등에 허덕이다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브로커를 만나 항공권을 제공받아 캄보디아로 향했다.
조직원 연령대는 30대가 24명으로 가장 많고, 20대 21명, 40대 7명 등 순이었다. 성별은 남성 48명, 여성 4명이었다.
경찰은 한국인 여성 관리책 등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는 등 조직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국제 공조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노쇼 사기 사건은 관공서나 공공기관 사칭에 이어 기업이나 병원 등으로 사칭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범행 시나리오가 진화하고 있기에 반드시 해당 기관의 공식 전화번호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pitbull@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