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현장에서 찾은 기준, 공감의 힘으로 증명하다
국내 서비스 산업은 여전히 메뉴얼 중심의 교육 체계에 머물러 있다. 정해진 문장을 외우고 행동을 통일하는 방식은 단기적 변화가 가능하게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움직이는 더 깊은 차원의 변화에는 닿지 못한다. 세계적인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태도와 기준이 서비스의 출발점으로 작동하지만, 국내 현장에서는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교육 구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비스의 본질을 ‘태도를 세우는 일’로 바라보고, 관계를 중심에 둔 교육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테이블 매너 교육’이라는 새로운 전문 영역까지 개척하며 기준의 의미를 다시 세우고 있는 이은주 공감에듀컨설팅 대표를 만나 그녀가 걸어온 시간과 지금의 철학을 살펴보았다.
세계 럭셔리 무대에서 다져진 실력의 뿌리
이은주 대표가 걸어온 길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이력으로 요약될 수 있지만, 그녀는 그 시간을 ‘기준을 하나씩 배워 나간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바텔 국제호텔관광경영학교 학사, 포시즌스 호텔 파리 Le Cinq(미슐랭 2스타)와 Relais et Chateaux Pierre Orsi(미슐랭 1스타)에서의 치열했던 현장 수련, 마카오·상하이·제주의 호텔에서 쌓아 올린 운영 실무는 경력 항목을 채우는 경험이 아니었다.
프랑스 바텔 호텔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한국에서 자연계 전공(식품 관련)을 공부하던 학생이었고, 진로에 대해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건너가면서 처음으로 ‘요리와 레스토랑’이라는 세계가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일상의 감각과는 전혀 다른 속도, 손끝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현장, 그 속에서 고객을 대하는 방식까지 하나의 문화로 연결되는 경험은 그녀의 진로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프랑스어와 영어를 동시에 준비해야 했고, 현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웠다.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고, 과제와 실습은 철저히 준비했다. 그 결과 미슐랭 1스타와 2스타 레스토랑 인턴십 기회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당시 프랑스 현지에서 받은 조언 중 그녀의 커리어 방향을 바꾼 결정적 이유가 있다. 2차 인턴십 과정에서 한 멘토가 “이곳을 경험하게 되면, 어디로 향하게 되더라도 문이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모든 미슐랭 레스토랑이 꿈의 무대였지만, 그녀는 3스타가 아닌 2스타인 포시즌스 파리 ‘Le Cinq’를 선택했다. 더 넓은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화려한 무대보다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그녀의 삶은 여러 도시를 통과하며 확장되었다. 중국 상하이 럭셔리 호텔 인턴십으로 이어졌고, 마카오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레스토랑 부매니저로 일했다. 그 뒤 영국과 상하이를 오가며 레스토랑 매니지먼트 경험을 쌓았고, 다시 제주 그랜드 하얏트 오프닝 매니저로 합류했다. 그녀의 20대와 30대 초반은 그야말로 ‘10년 동안 세계 럭셔리 현장을 전부 통과한 실무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그리고 이 시기에 그녀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서비스가 메뉴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고객의 움직임을 읽는 감각, 동료의 호흡에 맞추는 태도, 식사라는 순간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은 어디에서도 ‘정답’처럼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원리는 있었다.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받는 경험을 완성하는 일”이라는 것. 이 깨달음은 훗날 공감에듀컨설팅의 근본 철학이 되고, 그녀가 교육자로 전환하게 되는 밑바탕이 된다.
ⓒ 공감에듀컨설팅
변화를 설계하는 기쁨, 교육에 눈을 뜨다
여러 국가에서 쌓아온 실무 경험이 그녀에게 기술과 기준을 익히게 한 시간이었다면, 마카오에서 보낸 기간은 그녀가 ‘교육자’라는 역할을 처음 자각한 결정적 터닝 포인트였다. 포시즌스 마카오에서 일하던 시절 그녀는 업무 능력보다는 교육 능력으로 팀을 이끄는 매니저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당시 레스토랑에는 손이 느린 직원,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 등 다양한 상황의 팀원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 또한 “왜 기본적인 사항도 인지가 되지 않았지?”라고 생각했지만, 교육 매니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녀는 매일 30분씩 직원들을 훈련시키며,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하나씩 방향을 잡아주었다. 단순히 ‘가르친다’가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기준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이 작은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는 놀라웠다. 처음에는 낮은 평을 받던 직원들이 미스터리 쇼퍼 평가에서 마카오 전체 레스토랑 중 2위라는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 대표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사람은 절대 그대로 머무르지 않아요. 교육이 방향만 잡아주면 누구든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완전히 이해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후 그녀의 커리어 흐름은 자연스럽게 교육적 역할이 축이 되었다. 영국과 상하이를 오가며 레스토랑 매니지먼트 업무를 할 때도 직원 교육은 항상 그녀가 먼저 맡았고, 조직 안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일에 책임감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제주 그랜드 하얏트 오프닝 팀에 합류했을 당시에도 그녀가 맡은 역할의 상당 부분은 직원들을 교육하고 오프닝 팀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었다. 메뉴얼을 만들고, 테이블 세팅의 기준을 잡고, 첫 고객을 맞이하기 위한 흐름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가장 몰입하는 순간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하게 알아갔다.
사람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교육은 그 변화의 시작점을 만들어준다. 그녀는 그 과정을 누구보다 즐겼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교육자로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이 대표의 커리어가 ‘호텔 실무자’에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자’로 이동한 시점이 되었다.
ⓒ 공감에듀컨설팅
현장의 공감과 목소리로 만든 강의, 그녀의 방식이 되다
2019년 한국으로 돌아온 이은주 대표는 여러 기업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국내 CS 교육의 현실을 마주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왜 이렇게 일방향일까’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기업들은 획일적으로 구성된 제안서를 원했고, 강사는 정해진 대본을 읽듯 강의해야 했으며, 강의 내용이나 교안은 공유되지 않는 것이 업계 관행처럼 굳어 있었다. 교육이 이렇게 전달만 하는 방식이라면 실제로 아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녀였기에 이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문제의식은 곧 공감에듀컨설팅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녀는 교육의 핵심이 ‘공감’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수강생이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는 지점까지 도달해야 변화가 생긴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래서 새로운 기업 교육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사전 상담을 진행하며 조직의 분위기, 구성원의 성향, 현재 겪는 문제를 세밀하게 파악했다. ‘듣는 사람이 공감해야 행동이 달라진다’, ‘교육의 시작은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한다’라고 항상 강조하는 그녀다.
이 대표의 강의가 독특한 또 하나의 이유는 ‘참여’다. 그녀는 질문을 중심에 둔 교육 방식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수강생 스스로 답을 찾는 흐름을 만들어갔다. 단순히 정답을 전달하는 대신,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기준을 함께 고민하고 그 자리에서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강의 자료에 대한 철학 또한 특별하다. 많은 강사는 교안, PPT, 메뉴얼을 외부로 공유하지 않는 방식을 유지하지만, 그녀는 ‘필요하면 다 가져가도 좋다’라고 한다. 이는 교육이 끝났을 때도 조직이 스스로 유지·발전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판단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한 기업에서는 그녀가 전달한 메뉴얼을 기준 삼아 내부 교육 체계를 새롭게 정비했고, 이는 이후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녀는 “교육은 정해진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그 회사 사람들에게 맞춘 옷을 만드는 일입니다”라며 “공감에듀컨설팅이라는 이름에는 이러한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 사람을 이해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실제로 서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 대학 교수회관에서 펼쳐졌던 강의에서는 ‘많은 인원이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담당자의 말이 있었지만, 강의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명도 고개를 떨구지 않고 활발히 소통했던 일도 있었죠. 강의 후 담당자분으로부터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는 물음이 있었고, 저는 ‘그분들과 계속 대화했을 뿐이에요’라고 설명하기도 했었어요. 공감으로 시작된 강의의 힘을 현장에서 설득력을 증명해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습니다”라고 일화를 전했다.
ⓒ 공감에듀컨설팅
테이블 위의 교육, 일상과 비즈니스를 잇는 매너
세계 여러 도시에서 호텔·레스토랑 현장을 경험하며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서비스는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에게 편안함과 존중을 느끼게 하는 태도라는 점이다. 프랑스에서 처음 접한 미슐랭 레스토랑은 메뉴와 기술이 아닌 ‘경험’을 중심에 두고 움직였고, 고객의 시선 한 번, 손짓 하나까지 읽어내며 감정의 흐름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은주 대표는 “서비스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라며 “그 태도가 만들어내는 편안함이 결국 매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험은 한국에서의 테이블 매너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그녀는 단순히 포크를 어느 손에 드는지, 접시는 어느 방향으로 치우는지 같은 규칙을 가르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대신 식사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순간에 배려가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서 존중이 표현되는지, 그 ‘맥락’을 읽는 능력을 중심으로 교육을 구성했다. 이는 비즈니스 자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먼저 여지를 열어두고, 서로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테이블 매너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녀의 교육 방식은 현장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엘레강스 솔루션’은 매너 교육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며 대중적인 관심을 모았고, 그녀는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저서인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살아남기』 역시 유럽에서 체득한 서비스 철학과 현장의 감각을 일상 언어로 해석한 작업이었다.
최근 그녀는 글로벌 테이블 매너와 비즈니스 매너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민간 자격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내고 후배 강사들을 양성하는 단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매너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기준”이라고 말하며 “이 기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 공감에듀컨설팅
경계를 없애는 서비스, 그녀가 그리는 미래
세계 곳곳의 럭셔리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고객을 만났던 경험은 이은주 대표에게 서비스 본질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 각기 다른 상황의 손님을 맞이했던 시간은 편의 시설의 유무를 넘어, 서비스 자체가 갖춰야 할 기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재 제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연구 중인 무장애 관광(Barrier-free Tourism)이라는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그녀는 무장애 관광을 단순한 관광 인프라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을 ‘동등하게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여긴다. 그녀는 “무장애 서비스는 시설의 개선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라며 “모든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만들어져야 서비스가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죠”라고 강조했다.
그녀가 강조하는 리더십 또한 이와 맞닿아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조직, 서로를 배려하는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기본 역할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해외 브랜드 호텔의 오프닝 멤버를 맡으며 불협화음 없이 일하는 조직을 만들었던 경험,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의견을 나누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했던 사례는 그녀의 철학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일을 잘하는 팀은 서로를 돕는 문화를 갖고 있고, 그 문화는 결국 고객에게 전달됩니다”라고 주창했다. 이는 앞으로 그녀가 만들고자 하는 무장애 관광 콘텐츠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 그녀는 무장애 관광과 비즈니스 매너·테이블 매너 교육을 결합해, 한국 서비스업 전반의 수준을 보다 포용적 방향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서비스는 누군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지금 그녀가 펼치고 있는 연구와 강의, 그리고 공감에듀컨설팅의 방향성은 그 신념을 실무와 교육 현장에서 구현하려는 시발점이다. 그리고 그녀가 펼쳐낼 CS·테이블 매너 교육의 확장, 포용적 서비스 연구, 그리고 무장애 관광의 새로운 기준은 ‘배려의 기술’, ‘설득의 미학’이라는 오래된 질문에 또 하나의 답을 더할 것이다. 서비스의 본질을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보는 그녀의 행보에 아낌없는 응원을 전하는 바이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