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늘자 동네가 움직였다…서비스업 고용을 키운 '생활 소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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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늘자 동네가 움직였다…서비스업 고용을 키운 '생활 소비 효과'

폴리뉴스 2026-01-29 10:02:37 신고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1인가구 지원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1인가구 지원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체감으로만 이야기되던 변화가 수치로 확인됐다. 1인 가구 증가가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소규모 자영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동네 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에서는 부모 세대의 돌봄, 이른바 '황혼육아'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 사실상의 사회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도 드러났다.

학계에 따르면 청년층의 지역 선택과 거주 양상을 분석한 연구에서 1인 가구가 100가구 늘어날 때마다 지역 일자리는 약 27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일자리는 제조업이 아니라 음식점, 도소매, 숙박, 보건·복지, 생활 서비스업 같은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됐다. 동네 상권과 생활 밀착형 산업이 1인 가구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 셈이다.

이는 소비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혼자 사는 청년층은 가사와 식사 준비, 여가와 휴식을 직접 해결하기보다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배달 음식, 외식, 세탁 서비스, 헬스장, 미용실, 병원, 문화·여가 시설 이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의 소비 기반을 형성한다. 한 사람이지만 소비 패턴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여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구조라 지역 내 현금 흐름을 촘촘히 만든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인 가구 증가가 지역 사업체 수 자체를 늘린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신규 진입이 두드러졌다. 동네 식당, 카페, 편의점, 개인 병원, 학원, 돌봄 서비스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1인 가구가 지역 경제에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창업과 고용을 동시에 촉진하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청년 1인 가구가 만드는 생활경제 생태계"라고 부른다. 주거가 곧 소비가 되고, 소비가 곧 일자리가 되는 구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1인 가구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단순히 혼자 사는 사람의 증가로 볼 것이 아니라, 도시와 지역 경제의 구조 전환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연구는 또 다른 현실도 함께 보여준다. 청년 가구의 거주 선택은 단지 소비와 고용만이 아니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도 깊이 연결돼 있었다. 친부모와 가까이 거주하는 여성일수록, 특히 미취학 자녀를 둔 경우 경력단절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아이가 어릴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고학력 여성일수록 그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공공 보육이 아직 채우지 못하는 공백을 조부모 돌봄이 메우고 있음을 뜻한다.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모 세대의 도움이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시부모와 인접 거주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특정 가족 형태를 넘어 조부모 돌봄이 한국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황혼육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워졌다. 부모 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손주 돌봄이라는 새로운 노동을 떠안고 있고, 자녀 세대는 그 도움 없이는 노동시장에 머무르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통계로 보면 여성의 고용 유지율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의 희생과 부담이 쌓이고 있다.

이 연구는 "황혼육아가 맞벌이 가구의 보이지 않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짚었다. 공공 보육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족이 그 책임을 대신 떠안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긴급 상황이나 야간, 주말 돌봄처럼 제도권 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영역에서 조부모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조부모 세대 역시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되고 있다. 황혼육아는 무한정 지속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연구진은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와 함께, 맞벌이 여성을 위한 돌봄 정책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기적·긴급 보육 서비스 확대, 시간제·야간 보육 인프라 확충, 부모와 자녀 세대가 가까이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세대 공존형 주택 단지를 통해 조부모와 자녀 세대가 자연스럽게 돌봄과 생활을 공유하도록 설계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가까이 살면 지역 내 인구 밀도가 유지되고, 생활 서비스 수요가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1인 가구가 만드는 소비 효과와 맞물려, 지역 상권과 고용 구조를 지탱하는 이중 축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는 한국 사회의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1인 가구가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소비자이자 고용 창출 주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맞벌이 사회를 떠받치는 실질적 기반이 여전히 가족, 특히 조부모 세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혼자 사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동네에는 새로운 가게와 일자리가 생긴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부모 가까이 모이면서 여성의 경력은 이어진다. 서로 다른 삶의 형태가 지역 안에서 맞물리며 하나의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1인 가구를 주거 취약 계층이나 복지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황혼육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공공 돌봄 인프라 강화 없이는 여성 고용과 출산, 그리고 지속 가능한 맞벌이 사회도 장담할 수 없다.

혼자 사는 힘이 동네를 살리고, 가족의 돌봄이 사회를 지탱하는 시대. 이번 연구는 한국 사회의 일자리, 주거, 돌봄 정책이 더 이상 따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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