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며 기업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과 자본 규제 부담이 맞물리면서 실제 기업대출 환경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시장금리 오름세로 기업대출 금리가 상승한 데다,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조여 확보한 여력이 기업대출로 자연스럽게 이전되지 못하고 있어, 생산적 금융 현장 작동을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생산적 금융’ 강조에도…기업대출 환경은 여전히 냉각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 부동산이 아닌 기업대출, 특히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통해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제 기업대출 환경은 녹록지 않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4.16%다. 전달보다 0.06%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5월 이후 최대치다. 대기업 대출 금리는 0.02%p,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0.10%p 올랐다.
시장금리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고, 환율도 치솟아 은행 조달 비용이 올랐다. 여기에 연말 은행권의 보수적인 대출 운용 기조가 맞물리면서 기업대출 잔액은 오히려 줄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4조7392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처럼 전산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며 “개별 기업의 사업성, 재무 구조, 투자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만큼, 대출 규모가 클수록 심사와 검토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은 기업대출 확대, 현실은 RWA 관리
최근엔 시중금리보다는 RWA가 기업 대출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앞선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에 미치는 금리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출연이 확대되면서 특별출연 규모 대비 더 큰 대출 여력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보증서를 통해 대출을 받는 비중이 높아 보증비율이 높을수록 금리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며 “기업대출은 공장 신설이나 설비 투자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전제로 하는 만큼 가계대출처럼 금리 변화에 따라 즉각적으로 늘거나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RWA 하한선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한 것은 기업대출 집중 신호지만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RWA는 여전히 주담대보다 높아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비율 관리 부담에 막혀 은행들이 선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자본 규제 ‘이중 부담’…구조적 개선 필요
당분간 대출 금리는 오를 전망이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환율이 다소 안정되는 흐름이지만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요인은 많지 않다”며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 담합에 대해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면서, 은행권의 RWA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과징금 이슈가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돼야 하는 상황에서 제재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비상장 주식 투자에 적용되는 RW도 400%에서 250%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변화는 없다.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 규제 부담까지 겹치면서, 생산적 금융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크다. 금리 환경과 자본 규제를 함께 고려한 보다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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