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대한민국에서 요양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어르신 30명만 모시면 월 1,500만 원은 번다”는 말이 업계에 돌면서 퇴직 후 창업 아이템처럼 회자되고, 실제로 거래 사이트에서는 요양원이 수익형 매물처럼 사고팔린다.
저출생으로 텅 빈 학원 건물 자리마다 요양원 간판이 들어서는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요양원은 어느새 복지 시설이 아닌 ‘유망 사업’으로 불리고, 대기업과 금융사, 제약회사, 사모펀드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우리 부모를 믿고 맡길 곳”을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온 딸, 혈액투석을 받는 몸으로 아픈 어머니 곁을 지키는 아들처럼 돌봄은 한 가족의 삶을 서서히 잠식한다. 부모는 점점 노쇠해지고 자식 역시 늙고 병들어 가지만, 선뜻 요양원을 선택하지 못한다. “저기에 모시면 최소한 사람답게 돌봄을 받으시겠지”라는 당연해야 할 믿음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없기 때문이다.
부실 급식, 신체 억제, 방임과 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반복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 우려는 이미 제기됐다. 돌봄이라는 사회복지의 영역을 시장에 맡긴 결과였다. 2023년 기준 국내 요양원의 98% 이상이 개인 또는 영리법인 소유이며, 공공요양원은 1.7%에 불과하다. 개인요양원이 수천 곳 늘어나는 동안 공공시설 증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국 좋은 요양원을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는 ‘운 좋은 보호자’가 되느냐의 문제가 됐다. 돌봄인권활동가 김영옥은 “좋은 돌봄을 선량한 요양보호사 개인의 인성에 기대면 안 됩니다. 뛰어난 원장을 기대해서도 안 되고요. 시스템이 좋아야 합니다. 좋은 돌봄은 사람의 덕성이 아니라 구조가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요양원은 3년마다 평가를 받고 A부터 E까지 등급이 매겨진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평가 시즌이 되면 직원들은 어르신보다 서류를 먼저 챙기고, 외부 컨설팅 업체가 대신 준비해주는 ‘평가용 운영’도 낯설지 않다. 점수는 높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의 온도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서류가 아니라 어르신의 하루는 어떤지, 실제 생활 속 돌봄은 어떠한지를 묻는 질문이 필요해진 이유다.
이 질문에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다. 제작진은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함께 기존의 평가표가 아닌 ‘돌봄의 질’을 보는 기준으로 요양원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공공요양원 한 곳과 촬영에 동의한 개인요양원 두 곳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수차례 현장을 방문해 어르신의 일상을 관찰하고, 종사자와 보호자를 인터뷰했다. 식사가 제공되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지켜보는지, 기저귀를 정해진 시간에 교체하는지가 아니라 어르신의 표정을 읽고 반응하는지, 프로그램이 많은지가 아니라 어르신이 실제로 웃고 있는지를 살폈다. 돌봄의 ‘양’이 아니라 ‘질’을 묻는 과정이었다.
요양원은 결국 우리의 미래다. 지금 부모를 보내야 하는 공간이자, 언젠가 우리가 들어가게 될 공간이다. 6개월의 평가 끝에 과연 “좋은 요양원”을 찾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31일(토) 오후 10시 15분 KBS1 '다큐ON'에서 확인 가능하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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