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위층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집에 있는 시간 동안 내리 뛰어다닌다. 집 안에 큰 언덕이 있나 싶을 정도로 위에서 아래로 점프하는 소리가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난다.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휴일에는 소리에 그리 예민하지 않은 나도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2년 전 우리 집에서 가장 예민한 아버지가 몇 차례 주의를 주었음에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을 보니 아이들은 아직도 한창 자라는 시기인가 보다.
오늘도 저녁이 되니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추운 날씨 속 칩거하는 생활을 목표로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아졌다. 그에 대한 보너스로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집의 규칙을 경험으로 깨우치는 중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주일 내내 최고 온도도 영하로 떨어져 있다. 추위를 피해 이번 주는 작업실보다는 집에서 며칠을 보내보았다. 되도록 노트북으로 가능한 일들 위주로 마무리 지으며 하루를 책상 앞에서 보내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내일은 그래도 작업실에 가야지 다짐한다. 영하의 추위를 뚫고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또는 역에서 작업실까지 걸어가는 길이 무섭다. 이 추위가 지나면 올해의 4분의 1일 지나 있을 것이다. 2월이 오고 있다. 추위에 정신이 팔리지 않기 위해서 다음 주 일정을 적어 내려가 본다.
작년 말 열심히 적은 지원서 하나가 탈락했고 시원한 마음과 약간의 헛헛한 마음이 동시에 나를 바라본다. 스스로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나를 (못) 알아본 누군가가 야속하다. 올해는 내부적인 수리를 하는 것처럼 보내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기획서에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적었다가 지웠다. 조금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문장으로 고쳐 적으며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고 싶은 나의 다짐을 스스로 이해하게 되었다. 올해의 목표인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은 욕심을 덜어내고 축소한 목표라고 생각이 드는데도 나는 그럴듯한 자신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거나 더 노력하기보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거창한 생각이 선행된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조금은 변화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을 잘 해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할 수 있는 것을 잘할 수 있을까?
초상반기인 지금 많은 공간에서 공모가 올라오고 있다. 곧 내가 사는 지역의 재단에서도 여러 공모들이 뜰 것이다. 밝은 색상의 포스터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공모에만 지원하고 정말 필요한 일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중요해 보인다. 내가 한 그 선택이 연결되어 있는 다음 단계에 긴장하게 된다. 나에게 남은 시간과 기회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다.
올해는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한 해를 잘 보내고, 내 스스로가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단계로 올라가거나 적어도 그다음 단계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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