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중고거래의 기틀을 닦았던 ‘옥션 중고장터’가 서비스 시작 2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PC 기반의 경매 문화에서 시작해 국내 1세대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을 호령했던 상징적인 서비스가 모바일 플랫폼들의 공세와 시장 환경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퇴장을 결정한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옥션은 홈페이지 내 중고장터 코너와 중고장터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오는 3월 31일부터 종료한다. 옥션 중고장터 앱 내 상품 등록은 다음 달 26일 먼저 중단된다. 옥션 관계자는 “중고장터 서비스에 투입됐던 인력과 자원을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에 재배치하기 위해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옥션 중고장터는 1998년 국내 최초의 경매 전문 사이트로 출범한 옥션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서비스였다. ‘옥션(Auction·경매)’이라는 사명에서 보듯, 개인이 쓰던 물건을 공개 경쟁 방식으로 거래하는 구조는 당시 한국 사회에 새로운 온라인 소비 문화를 제시했다. 2001년부터는 옥션 중고장터 코너를 열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특히 옥션 중고장터는 과거 중고나라 등 커뮤니티형 카페에서 빈번했던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에스크로’(구매 확정 후 대금 지급) 방식의 안전결제 시스템을 업계 표준으로 안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희귀한 수집품부터 가전, 의류까지 전국 단위의 중고 물량이 쏟아지며 사실상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의 ‘종가’ 역할을 해왔다. 2013년에는 앱도 선보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당근마켓(지역 기반), 번개장터(취향 기반) 등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전문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옥션 중고장터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이용자들은 간편한 채팅 기능과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의 직거래를 지원하는 전문 앱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앱·결제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 수는 당근마켓 2340만명, 번개장터 473만명, 중고나라 195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사용자 수는 해당 기간 동안 해당 앱을 사용한 중복되지 않은 사람의 수다.
같은 기간 중고거래 앱 사용률은 당근마켓 69%, 번개장터 39%, 중고나라 27%를 기록했다. 앱 사용률은 앱 사용자 수를 전체 설치자 수로 나눈 값으로, 설치 대비 실제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와이즈앱·리테일은 옥션 중고장터의 이용자 규모가 크지 않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옥션 중고장터 서비스 종료를 두고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의 내실 다지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 플랫폼들이 점령한 중고 시장에서 범용 플랫폼이 가진 중고 거래 코너는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효율적인 서비스를 정리하고 본연의 오픈마켓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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