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K-뷰티는 단순한 '가성비 트렌드'가 아니다. 화장품 산업의 가격 질서 자체를 다시 짜는 움직임이다. 1000~5000원 화장품의 등장은 마케팅·유통·브랜딩 비용이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같은 변화는 중저가 브랜드를 가장 먼저 흔들고 있다. K-뷰티의 기존 포지션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된다. 초저가 경쟁 속에 살아남는 브랜드의 새로운 기준은 무엇이 될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최근의 초저가 K뷰티 열풍은 과거 1020여성들을 겨냥하며 로드숍을 주름잡았던 2000년대 초저가 화장품 트렌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3300원 기초화장품을 내세운 미샤·더페이스샵 등 초저가 화장품 선발업체들이 맹렬한 속도로 가맹점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견 화장품 업체들도 대거 뛰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2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미샤·더페이스샵 등 초저가 화장품 업체들은 자사 제품만을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면서 제품 기획·생산·유통 등 전 과정을 통제하고 광고비용 대폭 절감, 품질향상 주력의 노력을 통해 거품을 뺀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당시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은 낮은 품질의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를 절감하고 유리병 대신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종이포장을 하지 않는 등 패키지 비용을 줄이고 유통마진을 아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도·소매상을 통하지 않고 직접판매 방식을 택하면 최대 60% 가까운 마진을 줄일 수 있었다.
최근 다이소·이마트·GS25 등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1000~5000원 초저가 가격대의 화장품 열풍도 마찬가지로 제조·유통 상의 거품을 빼고 원가를 낮춰 1020여성들을 겨냥하고 있다.
과거 미샤·더페이스샵처럼 단일 브랜드 로드숍 형태가 아닌,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입점시켜 판매하는 점포형 소매 유통채널(오프라인 리테일)이지만, 브랜드 협업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으로 저비용·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구조다.
최근 초저가 K뷰티들은 VT코스메틱·본셉트·미모바이마몽드 등 브랜드 협업 제품들로 상품 구성을 해 품질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도 주를 이룬다.
다이소·이마트·GS25 등 오프라인 리테일들은 1020들이 적은 비용 부담으로 메이크업에 접근하도록 정샘물·손앤박 등 메이크업·색조 브랜드를 적극 도입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기능성 보습·영양제품들도 라인업에 포함시키며 중년 여성 등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초저가 화장품 주요 고객이 월 300만원 미만의 소득을 가진 소비자층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이같은 K뷰티의 초저가 전략이 K뷰티 브랜드 이미지와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명품 브랜드와 결을 맞춘 고급화 전략을 지향하던 K뷰티의 기존 방향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의 경우, 마케팅포인트를 '저가'에 두지 않고 '자연주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결과 고객들이 "건강한 이미지를 파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란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점을 상기한다.
최근의 초저가 K뷰티 화장품들도 무조건 '저가'에 매몰되기보다 브랜드 소구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류 브랜드들이 서브 브랜드나 세컨드 브랜드로 초저가 제품군 라인업을 선보이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염두에 둔 맥락의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싼 가격만큼 품질력을 확보하는 것이 초저가 화장품 승패의 관건"이라며 "또한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고착되지 않도록 하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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