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단순한 내부 정비를 넘어 구조적 균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복되는 고위 장성 숙청과 군 수뇌부 조사 확대가 반부패 차원이 아닌, 시진핑 체제의 군 통제 구조 자체가 불안정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는 진단이다.
28일 <뉴스로드>는 글로벌 지정학·군사 분석기관 지오스트라타(The Geostrata)가 각국 정부와 군 정보 관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배포한 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 내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숙청을 “기강 확립이 아닌 민·군 관계의 구조적 불균형이 누적된 결과”로 규정했다.
지오스트라타는 “인민해방군은 중국의 글로벌 군사 강국화를 떠받쳐온 핵심 제도였지만, 최근 이어진 조사와 실각, 고위 장성들의 연쇄 제거는 공산당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 축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가장 중대한 변화로 지목한 것은 중앙군사위원회(CMC) 지도부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중국 국방부는 최근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합동참모부 참모장이 중대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유샤는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자 중국군 내에서 드물게 실전 전투 경험을 가진 장성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군내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보고서는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던 인물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니라 최고 지도부와 군 수뇌부 간 신뢰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오스트라타는 이번 사태의 출발점을 2023년 로켓군(미사일부대) 부패 스캔들로 지목했다. 당시 방산 산업과 전략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조사가 시작됐고, 같은 해 10월 국방부장이던 리상푸가 전격 해임됐다. 2024년에는 전임 국방부장 웨이펑허가 공산당에서 제명됐다.
작년에는 최고위 장성 8명이 동시에 숙청됐고, 시진핑 주석이 직접 임명한 장성 가운데 약 20%가 1년 사이 직위를 상실했다. 2026년에 들어서는 조사와 징계가 중간 지휘관을 넘어 전략군·국방부를 거쳐 중앙군사위원회로까지 확대됐다.
보고서는 “숙청이 하위 조직에서 상위 조직으로 단계적으로 이동한 점이 핵심”이라며 “이는 중국군 내부 문제가 특정 인물이나 부서가 아닌 제도 전반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했다.
지오스트라타는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반부패 설명에 대해 “현상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오스트라타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충성 검증이 지휘 능력과 군 전문성을 압도하면서 군 조직이 급격히 정치화됐다”며 “숙청이 반복될수록 내부 불신과 위축이 심화되고, 이는 다시 지도부의 통제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내부 혼란은 주변국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대만의 인식 변화를 주요 변수로 짚었다. 대만 정부는 최근 인민해방군 지도부의 급격한 인사 변동을 ‘비정상적 변화’로 규정하며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지오스트라타는 “대만은 중국 인민해방군 내부 혼란을 군사력 약화 보지 않는다”며 “중국이 무력 사용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적이 없는 만큼, 권력 불안이 외부 군사 행동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오히려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향후 중국의 군사 행동이 장기 전략보다는 정치적 안정 요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군사 현대화는 지속되고 있지만, 의사결정 구조는 점점 정치적 판단에 종속되며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오스트라타는 현재의 인민해방군을 “강해졌지만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군대”로 규정했다. 전력 규모와 기술 수준은 확대됐지만, 통제 체계의 안정성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겪고 있는 것은 군 개혁의 통증이 아니라 시진핑 체제의 통치 구조가 군이라는 핵심 제도에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민해방군의 향후 방향은 무기 숫자나 병력 확대가 아니라, 정치 권력과 군 조직 사이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오스트라타는 보고서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갖췄지만, 동시에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단계에 진입했다.” <뉴스로드>가 단독 입수한 이번 보고서는, 중국 군사 굴기의 이면에서 체제 균열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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