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불일치' vs '지역 정체성 훼손'…해묵은 논란
민감한 사안, 주민 말 아껴…전문가들 "주민의견 듣는 과정 선행돼야"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논쟁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과거 한 차례 논의됐다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사안이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창면은 달성군 9개 읍·면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지만, 지형적으로 달성군 중심부와 산악지대로 갈라져 생활 동선이 분리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논쟁의 불씨는 2023년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폈다.
그는 가창면의 지리적 단절을 거론하며 "수성구로 편입시키는 것이 가창 주민의 편의를 위해 더 낫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사안은 격렬한 찬반 논쟁으로 번졌다.
찬성 측은 '생활권 불일치'와 '행정 접근성 개선'을 핵심 논리로 내세웠다.
이들은 가창면이 학군과 소방서 관할이 수성구에 속해 있고, 상권과 의료 이용 역시 수성구와 밀접해 편입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혜택 축소와 부담 증가', '지역 정체성 훼손'을 우려했다.
특히 군(郡) 지역으로서 누려온 각종 지원 체계 변화와 개발 논리 과열, 환경 훼손 가능성 등을 문제로 삼았었다.
대구시는 2023년 수성구·달성군과 실무 협의를 거쳐 경계 변경안을 마련하고 같은 해 6월 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찬성 1표, 반대 5표로 부결됐다.
이후 잠잠했던 편입 논쟁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성구청장 선거 출마 예정자가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달성군 지역 정치권이 즉각 반발하면서다.
여기에 수성구와 달성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각각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논쟁은 지방선거 쟁점으로도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주민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합리적인 절차와 그에 따른 결과 도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창면 편입 문제를 연구 과제로 수행했던 대구 정책연구원 김광석 연구원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근 거리와 주거 분포를 보면 인구의 상당수가 수성구 인접 지역에 밀집해 있다"며 "생활권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수성구 편입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창면의 농업 부문은 수성구보다는 달성군에 속해 있을 때 지원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어, 주민 내부의 찬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다양한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편입에 따른 실익과 손해를 구분해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절차의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신공항 문제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일반 이해관계자나 그들의 주장만으로는 각자의 이익이 걸려 있어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합 여부를 논의하기에 앞서 명분과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며 "목적에 부합하는 공신력 있는 구조와 절차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신뢰받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의 정신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와 자문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기준과 목적이 명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정치 세력 힘의 논리로 접근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안이든 목적에는 공감하더라도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좌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mtk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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