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지난해 4분기 부진한 가운데 1분기부터는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내비치는 모습이다. 고정비 부담과 제품 스프레드 악화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중국 정책 지원과 계절적 재고 보충 수요, 설비 증설 완화 등이 맞물려 시황 회복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국제유가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변수 등 외부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실적 회복 체감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 석유화학업계, 지난해 4분기 ‘혹한기’…낮은 마진에 정유업도 ‘신음’
지난해 4분기 국내 석유화학 시장은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이 겹치며 대부분 제품 가격이 납사 등 원재료 가격과 일치하는 흐름을 보였다. 납사 가격은 지난해 12월 평균 톤당 543달러로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에틸렌 가격 역시 680달러로 낮아지며 스프레드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 기간 납사-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200달러선을 하회하며 수익성 저하를 초래했고 주요 화학사들 가중평균 스프레드도 대부분 300달러 내외에 머물렀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은 이 영향으로 석화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 부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중반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4분기 중순부터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5~6달러대에 머물렀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주요 제품 마진도 예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정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원유 재고 증가와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재개 가능성 등 공급 확장 신호가 더해지며 유가 반등세에 제동이 걸린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 1분기 중국 수요·정책 변화 타고 ‘꿈틀’…가격 지표 변화 감지
반면 올해 1분기부터는 수급 여건 개선과 중국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년 춘절 전후 발생하는 재고 보충 수요 외에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기초소재 수요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중국은 2026~2030년 부동산 미분양 매입 확대, 서민주택 건설 가속화, 주택 구매 제한 완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 공급·수요 양면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와 연계된 HDPE·PVC 등 인프라 소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친환경 가전 교체 및 자동차 폐차 보조금 정책 등도 가전·모빌리티 부문 수요 개선을 자극, 관련 합성수지류 가격 반등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가격 지표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부타디엔은 최근 한 주 동안 톤당 5.7% 상승하며 1215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 벤젠(+4.9%), 프로필렌(+4.2%), PVC(+6.3%) 등도 빠르게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HDPE, PP, ABS 등 주요 합성수지류도 일제히 1~3%대 상승률을 나타내며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격 회복은 정기보수와 설비 가동 중단 등 공급 억제 요인과 맞물려 시황 반등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1분기는 공급 측면에서도 긍정적 국면이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 2026년 전체 설비 증설 규모는 전년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로도 상반기 증설 여력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신규 생산능력 증가는 대부분 2~4분기에 집중돼 있어 1분기에는 일시적 공급 부족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PX와 부타디엔의 경우 상반기 증설 계획이 없으며 노후 설비 폐쇄 여부에 따라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 국내 주유 석화·정유기업, 상승세 ‘기대’…“‘상저하고’ 흐름 여전히 유효”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각자 상반기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석화 부문 스프레드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2분기 본격 반등을 염두에 두고 원가 효율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 화학부문 등도 각각 연초 저점 이후 체질 개선 여부를 점검 중이다. 정유·석화 복합 구조를 가진 에쓰오일, GS칼텍스 등은 정제마진 회복 속도에 따라 성적표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업종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상저하고’ 흐름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 제약과 중국 수요 회복이란 단기적 반등 모멘텀은 유효하나 근본적 수요 확장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 강도와 지속성 모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유가 방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교란 변수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복잡해 본격적 실적 회복은 2분기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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