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매출 4700억원을 돌파하며 김앤장에 이어 국내 로펌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로펌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와중에 거둔 큰 성과지만 태평양을 이끄는 이준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표변호사의 시선은 외형 성장보다는 본질에 머물렀다. 그는 “고객의 요구만 맞추는 로펌이 아니라 고객이 법률서비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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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로펌의 매출 증가는 로펌의 업무성과라기 보다는 고객(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기업들을 만나면 ‘잠이 안 온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중국의 급격한 부상뿐만 아니라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까지 규제가 다층화하고 있다. 시쳇말로 ‘잠시라도 졸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경영하는 게 지금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규제 하나, 소송 하나, 투자 하나가 회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환경에서 고객의 ‘실패 비용’이 급격히 커졌다”며 “전통적인 법률자문을 넘어 기업의 중요한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관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시하는 태평양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복합적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 ‘위기의 선택지(Last call)’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로펌들 사이에서 가격경쟁을 하면 소송이든 자문이든 싼 값에 수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건 책임 있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고객이 급하고 답답할 때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는 것, 그게 우리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꼽는 태평양의 핵심 경쟁력은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신뢰’다. 고객에게 객관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고 솔직하게 조언하는 것이 진정한 파트너라는 철학에서다.
그는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 즉 고객의 성과와 위험을 끝까지 책임지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때로는 불편한 조언도 해야할 수 있다. 불편한 조언이 기업의 손실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지키는 길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얘기하는 게 진정한 고객 중심의 법률자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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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은 복합 위기 시대에 업무그룹별 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칸막이 없는 협력이 성과를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태평양의 ‘매트릭스 조직’도 이런 철학의 산물이다. 인수합병(M&A)·규제·형사·국제분쟁을 따로 자문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상황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하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대표는 “태평양의 조직은 해당 사안에 가장 적합한 전문성을 기준으로 구성하고 하나의 전략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며 “협업을 잘하는 전문가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사내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국내 로펌 최초로 중국 베이징·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해외진출을 선도해왔다. 두바이와 미얀마 사무소 철수와 관련해 이 대표는 “진출도 철수도 고객 중심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EU 진출에 대해선 “‘한국 로펌이 왔으면 좋겠다’는 수요가 생기면 본격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로펌 업계의 성장 경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그는 “성장 중심의 경쟁을 펼치면 수임 물량과 매출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의 손실을 줄이고 선택지를 넓혀주는 데 집중하면 성장은 결과로 따라온다는 게 우리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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