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주요 경제 뉴스 통신사는 1월 19일 보도를 통해 달러가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단기적인 금융 불안이 아닌, 기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와 대안 체계의 부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코베시 뉴스 웹사이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은 약 40% 수준으로 하락해 최근 20여 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과 몇 년 사이 달러 비중은 약 18%포인트 감소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과정이 점진적인 조정이 아닌 급격한 재편, 즉 사실상의 탈달러화(de-dollarization)로 평가하고 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달러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절대적 축이었다. 당시 달러는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약 59%, 국제 결제망 SWIFT 결제 비중의 40%, 글로벌 무역 결제의 **44%**를 차지하며 ‘기축통화의 상록수’로 불렸다. 소폭의 변동은 통계적 오차로 치부될 정도였다.
그러나 2026년에 이르러 판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 동안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은 약 14%포인트 감소했는데,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약 3조2천억 달러 규모의 달러 자산을 축소한 것과 맞먹는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역시 비축 규모가 줄었고, 대신 여러 지역 통화와 대안 자산의 비중이 확대되며 외환보유 구조의 다원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기가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주요 촉매제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을 동결한 사건이다. 이는 달러 자산이 정치·지정학적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각국에 직관적으로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을 점점 더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달러 중심 질서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내부 상황도 달러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국가 부채는 38조 달러를 돌파했고 연간 이자 지출만도 1조 달러 이상에 달한다. 미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0%에서 2026년 24%로 하락할 전망이다.
동시에 지정학적 파편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BRICS+, 상하이 협력기구, 아세안+ 등 비서구권 협력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의 중심은 점차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통화 블록과 결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 인민우호대학교 경제학과의 소피아 그라비나 부교수는 “글로벌 무역이 디지털화되면서,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디지털 화폐와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SWIFT를 우회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가 단일 주도 통화 체계에서 다극 결제 체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위안화와 금, 디지털 화폐, 제재 회피형 지역 메커니즘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위안화의 위상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위안화의 글로벌 외환보유액 비중은 2020년 2.2%에서 2026년 6.5%로 확대됐으며, 불과 몇 년 사이 지역 통화에서 두 번째로 큰 국제 결제 통화로 부상했다. 중국의 대외 무역 결제에서 달러 비중은 2020년 82%였으나, 2026년에는 63%가 자국 통화 결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 역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시범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 위안화는 2026년까지 8억5천만 명의 사용자와 연간 2조8천억 달러 규모의 거래액을 기록해, 유로존의 유로 결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UAE, 나이지리아 등 수십 개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으며, 러시아·인도·사우디와는 다자간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브리지 구축도 논의 중이다.
한편 금은 다시 핵심 방어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시보는 2026년 금이 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준비자산이 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 규제 당국은 금이 정치적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자산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심화된 세계 경제 환경에 적합한 준비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채 부담이 커지고 지정학적 긴장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화폐는 더 이상 중립적인 교환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 결과 세계는 달러 중심 질서에서 점차 벗어나 다극적 통화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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