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에게 법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김 여사에게 적용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가운데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된 알선수재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한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 상당액 1281만5000원을 추징하도록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알선수재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법의 적용에는 권력자이든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며 “무죄추정 원칙 또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심이 남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원칙”이라며 “재판부는 헌법 제103조에 따라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했다”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범죄 인식 가능성은 일부 존재하나 공동정범 성립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와 자금이 시세조종 세력의 거래에 일부 사용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시세조종 세력과의 의사 결합 ▲역할 분담 ▲공모에 따른 범죄 실행 이 세 요소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세력이 김 여사에게 조작 사실을 직접 알렸다는 진술이 없고, 수익 정산 구조 역시 공모 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부 거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10년이 이미 완성됐다고 봤다. 결국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범죄 의심은 존재하나 형사처벌 기준에는 미달한다’는 사법적 결론으로 정리됐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역시 무죄였다. 재판부는 해당 여론조사가 김 여사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됐다고 볼 수 없고, 조사 내용·공표·배포 방식에 김 여사 측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 비용 역시 다른 정치인 및 예비후보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이미 충당된 사실이 확인돼 재산상 이익 귀속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통일교 측 금품 수수와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022년 7월 전달된 샤넬 가방 2점과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 통일교 측의 정부 지원 요청이라는 청탁 내용을 인식한 상태에서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알선수재죄는 실제 알선 행위가 실행될 필요는 없고, 알선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면 성립한다”며 “금품 가액과 정책 집행 규모의 차이는 대가관계를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다”고 했다.
양형 사유에서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분명히 언급했다. 재판부는 “영부인은 법률상 권한은 없지만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국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라며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지위에 상응하는 청렴성과 절제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권력에 대한 금권 접근을 경계해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고가의 사치품 수수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1심 판결은 향후 김건희 특검 수사의 방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공모·공동정범 성립을 명확히 부정하면서, 동일 범죄 구조를 전제로 한 특검 수사는 법리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알선수재 유죄 판단은 특검 수사의 초점을 금융 범죄가 아닌 ‘권력 접근과 국정 영향력 행사 여부’로 이동시키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 수사의 핵심 쟁점은 앞으로 ▲통일교 관련 청탁이 실제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대통령 또는 정부 부처에 전달·개입이 있었는지▲추가 금품이나 유사 사례가 존재하는지 등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판결은 단순한 유무죄 판단을 넘어 ‘대통령 배우자의 사법적 책임선’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판결로 평가된다. 주가조작과 정치자금 의혹은 무죄로 정리됐지만, 법원이 “가장 가까운 권력”이라는 표현을 판결문에 명시하며 권력 주변인의 금품 수수는 독자적 범죄로 엄격히 처벌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정국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형량과 유죄 범위가 다시 다퉈질 전망이지만, 이번 1심 판결은 특검·정치권·사법부 모두에 ‘권력 주변 책임의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남게 됐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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