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의혹에도 수사·처벌 피해…주가조작 '황제조사' 비판도
3대 혐의 중 통일교 금품 수수 1개만 유죄…특검 기대 못미쳐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각종 범죄 의혹에도 윤석열 정권 내내 '성역'과도 같았던 김건희 여사가 28일 비로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등 3대 의혹 가운데 통일교 부분만 유죄로 인정되면서 180일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기대엔 못 미치는 결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V0'로 불리며 수사망을 피했던 그에게 일부 유죄 판단과 함께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추가 법적 단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김 여사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결 났다.
특검팀은 선고 직후 이 부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 방침을 공언한 만큼 2심에서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법원 판단을 받은 3대 혐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돼온 의혹들의 연장선에 있다.
윤석열 정부 내내 관련 고발이 잇따랐지만,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김 여사를 제대로 겨누지 못했다.
김 여사가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올랐을 때부터 제기됐다. 이듬해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등에 의해 고발도 이뤄졌다.
하지만 검찰은 2024년 7월에서야 김 여사를 처음 조사했고, 이마저 검사들이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을 방문해 휴대전화까지 빼앗긴 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황제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결국 그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2024년 12월 '반국가 세력 척결' 등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파면된 이후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결정했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특검이 출범하고 나서야 이뤄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공모해 8억1천만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8월 말 재판에 넘겼다. 약 10개월 만에 검찰과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명태균 의혹 역시 2024년 9월 처음 제기돼 정국의 핵이 됐지만 '정점'으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수사받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특검팀은 연이은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끝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2억7천만원어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부부가 명씨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하고 윤 전 대통령이 당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화하는 등 실제로 공천에 개입한 사실도 밝혀냈다.
2024년 말 처음 제기된 건진법사 의혹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018년 지방 선거에서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내용에서 시작해 통일교와 김 여사가 등장하는 '게이트'급으로 커졌다.
김 여사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목걸이와 가방 등을 선물 받았다는 게 뼈대다.
당초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은 전씨를 압수수색하고 여러 차례 소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받긴 했지만 모두 잃어버렸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다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인 금품을 실제로 찾지도 못해 수사가 공전한 탓이다.
물론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차례나 기각되며 일각에선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 후 전씨를 소환 조사한 지 하루만인 지난해 8월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9월 초 구속기소 된 전씨는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고 김 여사에게 통일교 측 금품을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김 여사로부터 돌려받은 가방과 구두, 목걸이 실물을 특검팀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김 여사에게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김 여사는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했다. 작년 12월 3일 결심 공판에서도 "특검이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좀 다툴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통일교 금품수수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마무리되면서 김 여사가 피고인석에 서는 나머지 2개 재판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여사는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교인의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한 혐의, 공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도 각각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이날 1심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심리하는 정당법 위반 혐의 사건은 다음 달 3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며 매관매직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에 배당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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