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급등 국면에 진입하면서, 양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나란히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메모리 시장은 인공지능(AI)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구조적인 공급 부족 국면에 들어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범용 D램과 낸드 생산 여력이 줄어들었고, 서버·AI 인프라 확장과 맞물리며 가격 인상 압력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가격 인상 폭도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공급 가격을 전 분기 대비 100% 이상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D램 가격을 최대 60~70% 수준으로 올린 데 이어, 낸드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주요 고객사들과의 계약은 지난해 말 대부분 마무리돼 인상 가격은 올해 1월부터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 불안은 범용 낸드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요 변동성이 낮았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공급 부족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적용될 ICMS(Inference Context Memory Storage)가 낸드 수요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가격 인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낸드 전문업체 샌디스크는 기업용 SSD에 사용되는 낸드 가격을 1분기 중 전 분기 대비 100% 이상 인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일본 키오시아는 낸드 수급이 내년까지 빠듯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업황을 반영해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의 최대 혜택을 볼 것으로 판단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12% 상향한 162조원으로 제시했다. 이 중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은 152조원으로 추정했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183조원으로 높였으며, 목표주가는 2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장기 호황 전망이 잇따른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112조원 수준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112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장기 공급계약 확대와 AI 서버향 수요가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기대는 주가로도 즉각 반영됐다. 실적 공개를 앞둔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80만원 고지를 넘어섰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MS)발 호재가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 대비 8.70% 오른 80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가 급등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47조원 증가한 582조402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4.87% 오른 15만9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6만 전자’를 목전에 뒀다.
전날 SK하이닉스가 MS가 설계한 인공지능(AI) 칩에 탑재될 HBM을 단독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주가 급등의 촉매로 작용했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파격적인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기대감을 더했다.
씨티그룹은 26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40만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이는 국내 증권가에서 제시된 기존 목표가 상단(112만원)보다 약 25%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과거의 사이클 산업에서 고객 맞춤형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주문 확대와 장기 계약 구조가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과 실적 가시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D램과 낸드 평균 판매가격(ASP)이 각각 전년 대비 120%, 90%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며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150조원으로 상향했다.
국내 증권가도 오는 29일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에 주목하며 추가 상승 여력을 점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20만원, 95만원으로 올렸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는 D램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는 내년까지 이어질 이익 지속성이 주가를 지지할 것”이라며 “가격 모멘텀에서 실적 지속성으로 내러티브가 전환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팀장은 “이 전환이 겹치는 2분기에 변동성이 가장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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