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입맛은 자연스럽게 바다로 향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수록 지방을 듬뿍 머금은 생선들이 제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 제철 생선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방어다. 하지만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겨울에 진짜 맛있는 건 따로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생선은 계절이 깊어질수록 맛의 결이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비린 맛이 강해 기피 대상이 되지만, 수온이 내려가는 시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살은 단단해지고, 지방은 고르게 퍼지며, 입안에서 퍼지는 감칠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잘 손질된 한 점은 씹는 순간 고소함이 먼저 오고, 뒤이어 은은한 단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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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겨울에는 기름의 질이 다르다. 단순히 느끼한 지방이 아니라, 혀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듯 퍼지는 지방이다. 여기에 바다 향이 과하지 않게 어우러지면서 생선회 특유의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이쯤에서 이름을 밝히자면, 요즘 겨울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주인공은 바로 고등어회다.
고등어회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다. ‘고등어는 비리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신선도가 떨어진 고등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겨울철 제철 고등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수온이 낮아지면서 살 속 지방이 안정되고, 선도가 좋은 상태로 유통되기 쉬워 회로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다.
영양 면에서도 고등어회는 겨울철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 고등어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액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겨울철 추위로 혈관이 수축되기 쉬운 시기에 고등어의 지방은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DHA와 EPA가 풍부해 뇌 기능 유지와 기억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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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함량도 높다. 고등어는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는 생선이다. 여기에 비타민 D와 비타민 B군이 함께 들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겨울철 체력 보충에도 좋다. 방어가 묵직한 지방감으로 ‘한 방’의 만족감을 준다면, 고등어는 균형 잡힌 영양과 깔끔한 뒷맛으로 꾸준히 손이 가는 타입이다.
고등어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은 얇게 썬 회를 바로 먹는 것이다. 살짝 차갑게 유지된 상태에서 먹어야 지방의 고소함이 살아난다. 여기에 마늘이나 생강을 곁들이면 고등어 특유의 향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쌈을 싸 먹을 때는 상추보다는 깻잎이 잘 어울린다. 깻잎의 향이 고등어 지방과 만나 감칠맛을 배가시킨다.
간장보다는 간장에 식초를 살짝 섞거나, 초장에 마늘을 조금 더한 양념이 잘 맞는다. 최근에는 고등어회를 김에 싸서 먹거나,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미니 덮밥처럼 즐기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먹으면 고등어 지방이 밥의 열기로 살짝 녹아 풍미가 한층 부드러워진다.
국내 시세를 보면 고등어회는 방어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인 편이다. 겨울철 기준으로 산지에서는 고등어 한 마리가 수천 원대부터 형성되며, 회로 손질된 경우에도 1인분 가격은 방어회보다 부담이 적은 경우가 많다. 대형 횟집보다는 산지 인근이나 고등어 전문점을 찾으면 신선한 고등어회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다만 고등어회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구매 후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고, 집에서 손질해 먹을 경우에도 보관 시간은 최대한 짧게 가져가야 한다.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맛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고등어회는 ‘아는 사람만 아는 겨울 별미’로 남아 있었다.
겨울 방어의 묵직한 맛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이번 겨울에는 고등어회에 도전해볼 만하다.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영양적으로도 만족도가 높다. 겨울 바다의 진짜 매력을 알고 싶다면, 방어 다음으로 고등어회를 식탁에 올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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