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항공유’ 전환의 진짜 이유···환경이 아니라 ‘안보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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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항공유’ 전환의 진짜 이유···환경이 아니라 ‘안보 자산’

이뉴스투데이 2026-01-28 15:44: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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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군 수송기인 A400M이 최초로 친환경 항공유(SAF)를 사용해 첫 비행에 나섰다. [사진=에어버스]
지난 2022년 군 수송기인 A400M이 최초로 친환경 항공유(SAF)를 사용해 첫 비행에 나섰다. [사진=에어버스]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친환경 항공유, 일명 SAF(Sustainable Aviation Fuel)가 이제 단순한 ‘친환경 연료’를 넘어, 전쟁과 위기 상황에서도 항공기를 띄우기 위한 안보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항공유 수입이 막히면 전투기와 수송기 등 군용기가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각국은 SAF를 항공 전력을 더 오래 유지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연료 수단으로 보고 있다.

왜 SAF가 ‘안보 자산’이 됐나

28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SAF는 폐식용유, 농업·산림 부산물, 비식용 작물,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 등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생산한 항공연료를 말한다. 기존 제트유와 섞어 쓸 수 있고, 공항 저장시설·배관·급유차 같은 인프라도 기존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별도 설비 투자 없이 사용할 수 있다.

SAF가 안보 차원의 논의로 확장된 이유는 생산 구조의 차이에 있다. 기존 항공유는 중동 등 일부 산유국과 정유시설, 해상 수송로에 크게 의존한다. 반면 SAF는 폐기물, 농업·축산 부산물,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원료로 생산될 수 있어 여러 나라로 생산 거점을 분산할 수 있다. 전쟁이나 제재, 물류 차질로 특정 공급원이 막혀도 연료망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SAF는 연료 안보 관점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연구하는 EU안보연구소(EUISS)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민간 항공 연료에 바이오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구조가 위기 상황에서도 군의 연료 확보를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싸고 부족해도 도입하려는 이유

이처럼 SAF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SAF 생산량은 약 100만톤으로 전체 항공유 소비의 0.3%에 그쳤고, 업계 분석에서는 2025년 생산량이 190만~210만톤 수준(비중 0.6~0.7%)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AF가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다. SAF는 폐식용유·바이오매스 등 흩어진 원료를 수거해 정제해야 하고, 아직 대량생산 설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 SAF 가격은 일반 제트유보다 2~4배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각국이 비싼 SAF를 서둘러 도입하는 이유는 연료가 한 번에 끊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존 항공유는 일부 산유국과 해상 운송에 의존해, 한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공급이 함께 흔들린다. SAF는 생산과 공급 경로를 여러 곳으로 나눌 수 있어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유가 변동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 해군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료비가 연간 수천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AF 같은 대체 연료를 함께 쓰면 유가 급등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규제는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EU는 항공 부문의 SAF 사용을 의무화한 ‘리퓨얼EU 항공(ReFuelEU Aviation)’ 규정에 따라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에는 70%까지 SAF 혼합 비율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만약 생산 확대 속도가 규제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연료 확보 경쟁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AF의 가치, 민간에서 군으로 확장되다

SAF의 핵심 가치는 원유 의존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분산시키는 데 있다. 현재 승인된 SAF는 기존 제트유와 최대 50%까지 혼합해 사용할 수 있어 항공기 1대에 들어가는 연료의 절반 가까이 원유가 아닌 다른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군 입장에서 SAF는 도입이 쉬운 연료다. SAF는 기존 항공기·엔진·저장·급유 설비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연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자사 군용기가 현재 승인된 범위 내에서 SAF를 사용할 수 있어 대규모 개조 없이 기존 전력에 SAF를 섞어 운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SAF는 민간에서 먼저 시작해 군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민간 공항과 군 기지가 급유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국가에서는 민간 항공유에 SAF 혼합 비율이 높아질수록 군 항공유 체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SAF는 민간 항공에서 먼저 도입된 뒤, 군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민간 공항과 군 기지가 연료 저장시설과 급유망을 함께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민간 항공유에 SAF 혼합 비율이 높아질수록 군 항공유 체계도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나토(NATO) 회원국들이 민간 공항과 군 기지에 항공연료를 함께 공급하기 위해 구축한 중부유럽 송유관망(Central Europe Pipeline System, CEPS)’을 통해 항공연료가 공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SAF 사용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항공편에 SAF를 최소 1% 섞어 쓰고,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최대 1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혼합 비율을 높이는 로드맵을 내놓은 상태로, 대한항공과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폐식용유 기반 SAF 생산과 상용 운항을 시작했다.

대신 국내에서는 군용기에 SAF를 실제 적용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민간에서 시작된 SAF 전환이 중장기적으로 군 연료 체계로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SAF 전환을 둘러싼 핵심 질문은 더 이상 ‘환경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다. 연료가 끊겨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각국이 SAF를 바라보는 진짜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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