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한동훈 제명’, 지도부와 친한계의 해석…‘종결’vs‘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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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한동훈 제명’, 지도부와 친한계의 해석…‘종결’vs‘정당성’

투데이신문 2026-01-28 15:25:07 신고

3줄요약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찾아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찾아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단식투쟁 후유증 치료를 마치고 당무에 곧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르면 29일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 대표 복귀와 맞물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리위원회의 한 전 대표 제명 징계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 지도부는 “빠르게 끝내고 선거로 가자”는 입장이고, 친한계 측은 “제명이 과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결정의 쟁점은 찬반을 넘어 지도부와 친한계가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정치문법에 있다.

지도부가 “재심 신청이 없었으니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방식으로 ‘종결 속도전’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 복원, 그리고 지방선거 국면으로의 조기 전환에 있다.

반면 친한계는 윤리위 결정과 그 언어를 겨냥해 “전체주의”, “사이비 민주주의” 같은 단어로 반발하면서, 징계를 ‘당규의 판정’이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로 끌어올린다. 서로의 언어가 충돌한다는 점에서 이번 내홍은 ‘통합’보다는 ‘분열’로 기울 위험이 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 영화 상영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 영화 상영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도부의 ‘종결 속도전’ 문법

지도부의 ‘종결 속도전’ 논리는 앞서 말한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장 대표의 ‘리더십 복원’, 또 하나는 ‘선거 국면 전환’이다.

지도부는 한 전 대표 측의 재심 신청이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더 기다릴 명분이 없다”는 결론을 만든 뒤, 최고위 의결로 사안을 닫으려 한다.

이 문법의 핵심은 속도다. 장 대표가 단식 후유증을 딛고 복귀하는 장면과 ‘결론’의 장면을 최대한 오버랩해서, 리더십의 복원을 ‘결단’으로 보여주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계산이 위험한 이유는 ‘종결’이 곧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절차가 끝났다고 갈등이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속도전은 반대 진영에게 ‘권력 행사’로 인식될 수 있다.

지도부의 다른 논리는 ‘선거’다. 징계를 매듭지어야 공천·조직·메시지의 체계를 선거 모드로 재정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한계의 ‘정당성’ 프레임

친한계의 문법은 ‘정당성’에서 출발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나치즘”, “북한 수령론”, “사이비 민주주의” 같은 과격한 표현을 꺼내들었다. 징계를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읽힌다. 이 프레임으로 한 전 대표를 ‘피징계자’가 아니라 ‘정당성의 증인’으로 세우려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한 전 대표 징계 철회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한 전 대표 징계 철회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친한계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 제기는 윤리위 결정문 속 언어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윤리위 결정문이 공개된 후 일부 표현을 정정‧수정한 사실은 당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소재가 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윤리위는 “한동훈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에서 “수사로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문구를 정정했다.

친한계의 언어는 윤리위 결정문 자체, 그리고 그것이 던지는 메시지를 문제 삼으면서 최고위 의결을 ‘부당한 권력 행사’임을 강조한다.

여기에 26일 윤리위가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리면서 반발을 키웠다. 탈당 권유는 제명 다음을 높은 수위의 중징계이다. 국민의힘 당헌과 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 처분을 받은 당원은 징계 의결 통지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자동으로 제명 처리된다.

김 전 최고위원은 윤리위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며 정치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동훈 전 대표를 새벽에 보도자료 한 장으로 제명한 사람들답다”며 “나치의 주장을 보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일련의 상황으로 비추어볼 때 장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날,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가 이뤄지면서 “다음은 한동훈” 그리고 “친한계 정리”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친한계의 과격한 언어가 반드시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극단의 단어는 논쟁을 즉시 극단의 좌표로 밀어 넣는다. 상대를 설득하는 언어가 아니라 상대를 좌표 찍는 언어가 될 때, 타협의 공간은 사라진다.

친한계가 주장하는 정당성의 언어가 지지층 결집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당내 중간지대와 외부 유권자에게는 ‘내전의 언어’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한계의 거친 언어와 지도부의 기강 잡기

친한계의 거친 언어는 26일 의원총회를 전후해 격화됐다. 친한계 고동진 의원이 “개판”, “거지같은” 등의 표현을 내뱉었다. 이에 지도부 송언석 원내대표가 ‘엄중 경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면은 정치의 언어가 거칠어졌다는 사실보다, 지도부가 택한 반응이 ‘설득’이 아니라 ‘경고’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여드레째 단식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농성장 앞에서 의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여드레째 단식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농성장 앞에서 의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의총은 원래 ‘조정’의 공간이다. 그런데 의총은 감정을 폭발하는 공간이 되었고, 지도부는 그 폭발을 처벌로 해결하려 든다. 이러한 장면은 단기적으로는 지도부 권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힘들 수 있다. 확장성이 필요한 선거에서 ‘기강잡기’ 문법이 지속되면 중도‧무당층에는 “또 싸운다”는 피로만 남는다.

친한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당성’의 언어를 설계했다면, 그 언어가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거친 말의 파열음은 친한계가 이성보다는 감정의 전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서울 당협위원장 21인의 경고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21명이 집단으로 ‘징계 철회’와 ‘정치적 해법’을 요구한 장면은, 지도부와 친한계의 대립 한복판에서 선거를 앞둔 현장에서의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이들은 “분열과 대치의 늪에 머물 여유가 없다”며 “통합 없는 강경 대응은 파국”이라고 못 박았다.

이 문장은 지도부와 친한계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지도부는 “정리해야 선거로 간다”고 말하지만, 현장조직은 “강경 대응이 선거를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도부는 ‘종결’로, 현장은 ‘통합’으로 접근한다.

한동훈 전 대표에게는 “무거운 책임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메시지”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친한계의 정당성 프레임이 ‘광장’으로만 가면, 그것 역시 선거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장면은 곧 국민의힘의 현실을 보여준다. 제명을 밀어붙이는 흐름이 강하지만, 동시에 선거를 책임져야 하는 현장조직은 ‘통제국면’이 남길 상처를 계산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서울 21인의 메시지는 “둘 다 한 발씩 물러서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것은 선거 조직의 생존 본능에 가깝다. 지도부의 종결 문법과 친한계의 정당성 문법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선거에서 패색의 그늘만 짙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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