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학교 폭력 사실은 인정됐지만, 프로 진출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신인 투수 박준현(19)을 둘러싼 논란은 제도가 어디까지 책임을 묻는지 되묻고 있다.
박준현과 같은 학교 야구부 소속이었던 A군은 지난해 5월 “장기간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며 학교폭력을 신고했다. 이후 박준현은 한국야구위원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드래프트 당시에는 천안교육지원청의 ‘조치 없음’ 결정이 유지된 상태였고, 이에 따라 박준현은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아 프로에 입단했다. 키움 역시 별도의 제약 없이 선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해당 결정을 취소하고 학교폭력 행위를 인정하면서, 가장 낮은 단계인 ‘1호 처분’인 서면 사과 명령을 내렸다. 처분 수위는 낮았지만, 폭력 사실 자체가 공식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준현 측은 사과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법적 다툼을 택했다.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에 따라 박준현은 ‘학폭 연루’라는 꼬리표를 벗을 수도, 그대로 안고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A군 측의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해당 학생은 현재 야구를 그만둔 상태이며,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A군 가족은 “사과를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소송이었다”며 제도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 사안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과 체육시민연대, 법무법인 태광은 이른바 ‘박준현 방지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대학 입시에서는 학폭 가해 이력이 불이익으로 작용하지만,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에 진출할 경우 사실상 제재 수단이 사라지는 현행 구조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학교폭력 처분의 실효성을 프로스포츠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면 키움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키움은 박준현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했다. 키움 측은 “해당 사안은 프로 입단 이전에 발생했고, 법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 단계에서 훈련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구단이 선제적으로 징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심을 통해 학폭 사실이 인정된 상태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정상적인 시즌 준비를 허용한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비판도 적지 않다. 무죄 추정 원칙과 별개로, 리그와 구단이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박준현 사태는 한 선수의 진로 문제를 넘어선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프로스포츠 진입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지,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는 어디까지 확장돼야 하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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