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와 하청 노동자 집단 해고를 강행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GM이 유틸리티 차량 브랜드 GMC의 신차를 국내에 공개하며 내수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노사 갈등이 수리 지연 등 고객 불편으로 이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쉐보레 인천직영정비사업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GM의 직영 정비소 폐쇄 방침을 규탄했다. 또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직영점에서 차량 정비에 어려움을 겪는 쉐보레 차주들과 함께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노사 갈등의 발단은 직영 정비소 폐쇄다. 한국GM은 지난해 11월 수익성 제고와 사업 재편을 위해 전국 9개 직영 정비소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월 15일부터는 380여 협력 정비소가 역할을 대신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 5사 중 직영 정비소를 없앤 건 한국GM이 처음이다. 한국GM은 급변하는 산업·비즈니스 환경에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직영 정비소를 포함한 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 헥터 비자레알 사장은 지난해 12월 9일 전국 협력 서비스 네트워크 관계자 대상 설명회에서 “한국GM은 협력 서비스센터와 함께 앞으로도 최고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 품질 저하·부품 공급 차질 등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직영 정비소 폐쇄가 단순한 사업 구조 개편을 넘어 전형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한다. 또 협력 정비소만으로는 제조·설계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과 정밀·고위험 작업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지난 26일 법원에 직영 정비소 폐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인천지법에 제기했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안규백 지부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동차 정비는 비용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영역”이라며 “직영 정비소의 일방적 폐쇄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자, 2018년 공적자금 투입 당시의 사회적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국GM 세종물류센터의 하청노동자 고용 승계 문제도 노사 갈등을 악화하고 있다. 세종물류센터는 한국GM 차량의 A/S 부품을 보관하고 전국 서비스센터와 수출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기지다. 한국GM은 지난해 말 물류센터 운영 업체를 기존 우진물류에서 정수유통으로 변경했다. 우진물류는 폐업 절차를 밟고 소속 직원 120여명의 근로관계도 종료됐다.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은 세종물류센터를 점거하고 새 협력사 직원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은 근로자들에게 부평·창원 공장 정규직 채용 기회를 제안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부품 출고와 물류 흐름에 차질이 발생하고, 고객 서비스 전반에 심각한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GM은 입장문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우진물류 소속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정규직 채용 등을 제안했지만, 약 20%만이 회사의 제안을 수용한 상태”라며 “일부 근로자와 노조가 세종물류센터를 불법 점거하고 있어 고객 서비스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이번 사태를 집단 해고로 규정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한국GM은 물류업체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해 왔지만, 지난해 7월 세종물류센터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고용 승계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사측의 정규직 채용 제안에 대해선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포기를 전제로 한 선별 채용과 타 지역 전환 배치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27일 한국GM 본관에서 특별노사협의회를 처음 개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측은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직영 정비소 폐쇄 일정을 유예할 것을 요청했지만, 한국GM 로버트 트림 부사장은 확답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1만5094대, 수출 44만7216대를 판매하며 내수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GM 산하 브랜드 GMC의 아카디아, 캐니언, 허머EV 등 모델 3종의 국내 출시를 예고했지만, 노사 갈등으로 고객 불편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직영 정비소 폐쇄와 수리 지연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어떤 소비자가 차를 구매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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