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전력 수요 급증에 주요 정당 '원전 추진' 한목소리
"국민 부담 직결 사안임에도 에너지정책 논쟁 없어" 비판론도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일본의 2·8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원전 이슈'가 전혀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다.
자민당 등 여권이 친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도 조건부이긴 하지만 원전 재가동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2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주요 정당 대부분이 원전을 에너지 정책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그동안 '원전 제로'를 내걸어 왔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합쳐 출범한 신당 '중도개혁연합'이 원전 재가동 수용을 밝힘에 따라 '탈원전'은 완전히 힘을 잃은 모양새다.
중도개혁연합은 선거 정책집에서 "장기적으로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면서도 "안전성이 확실히 확인되고, 실효성 있는 대피 계획이 마련되고, 지역의 합의가 이뤄진 원전은 재가동을 용인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총선 당시 입헌민주당이 '원전 제로'를 내걸고 자민당의 원전 추진 정책과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탈원전에서 조건부 재가동 허용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이다.
조건부 원전 유지 입장이었던 공명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정책적 타협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헌민주당의 입장 전환으로 자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을 포함해 보수·중도 성향의 주요 정당들이 강도 차이는 있지만 모두 '원전 활용'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
자민당은 차세대 원전 개발을, 일본유신회는 원전 조기 재가동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국민민주당은 원전 최대 활용 및 신형 원전 교체 및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원전 반대론은 공산당, 레이와 신센구미, 사민당 등 소수 정당에서만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의 원전 회귀 정책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2024년 도호쿠전력 오나가와 2호기의 재가동에 이어 지난 21일에는 도쿄전력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6호기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홋카이도전력 도마리3호기도 재가동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40년 발전 비중을 재생에너지 40∼50%, 원전 20%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활용이 늘며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한 만큼 전력난 해소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이 필수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와 정치권 논의와는 별도로 원전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주부전력 하마오카원전에서는 내진 설계의 기준이 되는 '기준지진동' 데이터 조작 행위가 적발됐다.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은 재가동 하루 만에 제어봉 관련 부품 문제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또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이 완성되지 않아 '핵연료 사이클'이 완성되지 않은 것도 과제다.
이런 논란들은 충분히 총선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주요 정당들이 원전 용인 쪽으로 모이면서 정작 유권자들이 판단해야 할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쟁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에너지 정책은 산업 정책과 국민 부담에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된 논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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