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정치권과 금융당국, 중앙은행 간 이견으로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은행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금융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정부·중앙은행의 시각차가 뚜렷한 가운데, 여야 간 합의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핀테크와 가상자산 기업 등 비은행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당론안을 다음 달 초 발의하기 위해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 법안 5건은 공통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을 갖춘 기업이라면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은행 등 금융회사로 발행 자격을 제한하는 조항은 두지 않고 있다.
이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선호하는 금융당국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민주당은 은행 주도 구조가 유지될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혁신과 산업 생태계 확장이 제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엄격한 보안·리스크 관리 규제 아래에서는 블록체인 운용에 한계가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예금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통화적 성격을 지닌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우선 은행을 중심으로 발행 체계를 구축해 안정성을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민간 기업에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관리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금융위원회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제출도 여러 차례 미뤄진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안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당론안을 확정해 입법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당론안 확정을 위한 핵심 쟁점들을 논의한다. 주요 검토 사안은 △디지털자산업의 세부 분류 체계와 등록·인가 방식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구조 △디지털자산협회의 권한 범위 등이다. TF 관계자는 "발행 주체의 자본금 요건 역시 논의 대상"이라며 "기존에 최대 50억 원으로 제시됐던 기준을 상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구도 역시 입법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금융 안정성을 중시하는 국민의힘이 은행 주도 발행 방식에 힘을 싣고 있어, 민주당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상당한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4대 금융지주는 은행 중심 발행을 전제로 가상자산·핀테크·플랫폼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민주당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인가 단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사업 구조 설계에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안착하려면 전자지갑이나 플랫폼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이 핵심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아직 규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협력 논의를 진전시키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