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 지인 중에 시위 현장에서 살해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테헤란 출신 여성 파리사(29)는 이번 달 초 이란 당국이 보여준 탄압 수위는 지금껏 목격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한다.
"과거 가장 광범위했던 시위에서도 살해당한 지인은 없었다"고 한다.
파리사는 지난해 12월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이 터지며 시위가 시작된 이후, 숨진 이를 최소 13명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위는 이후 현 이슬람공화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반정부 소요 사태 중 하나로 번졌다.
확인된 사망자 수가 6000명을 넘어섰다는 한 인권단체의 보고가 나온 가운데, 최근 인터넷이 거의 차단된 상황 속에서도 BBC와 대화할 수 있었던 몇몇 청년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지난 1월 8일과 9일 전국적으로 시위가 격화하자 당국이 치명적인 무력으로 대응에 나선 가운데, 파리사는 자신이 아는 26세 여성이 "거리에서 빗발치는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8일 테헤란 북부에서 열린 시위에 직접 참여했던 파리사는 당시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누구도 보안군과 충돌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날(9일) 그들은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는 설명이다.
"(보안군과 시위대가) 충돌한 지역에는 탄약과 화약 냄새가 자욱했습니다."
테헤란 출신 남성 메흐디(24) 또한 이번 시위와 폭력의 규모 면에서 파리사에 동의했다.
그는 "이 정도로 대규모 인파가 몰린 적도 없었고, 보안군이 이토록 많이 살해하고 폭력을 휘두른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목요일(8일) 사망자가 발생하고, 그 다음날 더 많은 살해 위협이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다"면서 "왜냐하면 더 이상 참을 수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메흐디는 보안군이 근거리에서 시위대를 살해하는 모습을 몇 차례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눈앞에서 한 청년이 실탄 2발을 맞고 숨을 거두었다"는 설명이다.
"오토바이 탄 자들이 산탄총으로 한 청년의 얼굴을 쏘았습니다. 그 청년은 그대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미국 소재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 발생 이후 지금까지 시위자 5804명, 어린이 92명, 정부 관계자 214명 등을 포함해 최소 6159명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가로 보고된 사망 사례 1만7000 건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스카일러 톰슨 HRANA 대변인은 BBC에 확인된 사망자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가 보고하는 모든 검증된 정보에 반드시 (사망자의) 이름과 사망 위치를 함께 기재할 수 있도록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기반 '이란 인권(IHR)' 또한 최종 사망자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주 이란 당국은 약 3100명이 숨졌다고 설명하며, 대부분은 보안군 혹은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행인들이라고 주장했다.
BBC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 언론사는 현재 이란에서 보도 활동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BBC는 보안군이 군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담긴 다수의 영상을 검증했다.
마찬가지로 테헤란 출신 여성인 사하르(27)는 지인 7명이 살해됐다고 했다.
사하르는 지난 8일 보안군의 대응이 어떻게 급속도로 격화했는지 설명했다.
그와 친구들은 그날 저녁 시위 도중 최루탄이 발사되자 근처 민가로 피신했고, "한 친구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저들이 친구의 목을 쏘았다"고 한다.
아울러 또 다른 친구는 연지탄에 부상을 당했으나, 체포될까 봐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했고, 결국 과다출혈로 숨을 거두었다.
그 외에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에 구금된 상태에서 숨진 친구도 있다고 한다.
"저들(당국)은 유가족에게 IRGC 정보국 사무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전화로 '와서 시신을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사하르에 따르면 지난 9일에는 제복 차림의 보안군들이 공개적으로 "자비 없이" 실탄을 발사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레이저를 겨누었고,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숨을 수 있도록 주차장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한편 통신이 끊기면서 트라우마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하르는 "지금 그 어떠한 소식도 접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인터넷도, 전화도 되지 않아 누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간신히 통화가 연결되어도 단편적인 소식만 전해 들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파람(27)은 테헤란에서 보안군이 광범위하게 연지탄을 사용했으며, 특히 시위대의 얼굴과 눈을 조준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친구 시나(23)는 지난 9일 이마와 눈에 총상을 입었다.
파람은 친구들과 함께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의사는 처방전만 주고 어서 떠나라고 했다"면서 안과에는 부상당한 시위대가 끊임없이 이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지탄에 맞은 새로운 환자가 10분에 1명꼴로 들어오는 듯했습니다."
파람이 해당 병원 내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교대 근무를 할 동안 눈에 부상을 입은 환자 70명이 들어오는 것을 봤다"고 한다.
한쪽 눈 뒤와 이마에 여전히 연지탄이 박혀 있는 시나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기에 병원에서 체포될까 두려워 개인 안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안과에서 "얼굴 전체와 양쪽 눈에 총알이 박힌" 이들을 보았다면서 그들에 비하면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BBC는 시나 명의의 의료 기록을 입수했는데, 그의 눈 뒤에 "5mm 크기의 금속 이물질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BBC는 연지탄에 부상당한 다른 여러 시위대의 의료 기록도 입수해 확인했다.
한편 시위대와 인권운동가들은 이란 당국이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메흐디는 친구의 사촌이 살해됐는데, 당국이 시신을 돌려받으려면 거액을 지불하거나, 그를 보안군 소속으로 기록하는 데 동의하라며 유가족을 압박했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시신을 유가족에게 넘겨주고 싶다면 '10억토만(약 1000만원)을 내거나, 그를 공공의 안전과 폭동 진압을 위해 순교한 '바시즈' 소속 요원으로 기록하는 데 동의하라고 했습니다."
테헤란 남부 이스파한 출신 남성 나비드(38) 역시 가까운 친구 2명도 친척이 살해당한 뒤 이 같은 최후통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나비드는 친구들의 말을 인용해 "그들은 수천달러의 거금을 내거나, (사망자 명의로) '바시즈' 요원 카드를 발급해 보안군 소속 사망자 명단에 올리는 데 동의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관행이 시위자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동시에 실제 사망자 수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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