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이하 현지시간)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전날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발표 후 무역 협상 이행 의지를 다시 한번 전달하고, 당정이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韓관세 15→25% 인상" 발표 철회 여지…양국 논의 통해 조정 가능성
김정관 산업통상장관 등 조만간 방미…협의 결과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무역 합의가 한국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않았다면서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의회에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제출되면서 지난달 초 미국 정부는 11월 1일 자로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그러나 대미투자특별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문제 삼으며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27일 취재진으로부터 '한국 관세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관세 인상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후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즉각 대응에 나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특별법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또한, 관세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캐나다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조속히 미국으로 향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방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야, 대미특별법 논의…'2末3初' 통과 전망
여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특별법 처리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다.
양당은 특별법 처리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은 회동에서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에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양국 합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수라고 맞섰다.
다만 정부는 MOU 체결에 대해 비준 논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인 만큼 여당 주도로 특별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민주당은 2월에는 법안 심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당정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 "2월까지 상정해 통과시켜달라는 게 (원래) 정부의 요청"이라며 "정상적으로 2월에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별문제 없이 잘 심의하면 1분기(1∼3월) 안에 충분히 (특별법이)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명절도 있어 최소한 2월 말, 3월 초 통과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법안 통과) 시점 얘기는 구 부총리와 하지 않았다"며 "제정법이라 공청회를 해야 하고, 국회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한 부분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도 (국회) 상황을 다 알고 있어서 미국 정부가 오해가 없게 하겠다고 확인했다"며 "여당에서는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고, 이런 부분이 (미국에)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美대통령 관세 인하했지만 韓 약속이행 진전없어"
외신 "합의 뒤엎는것…다른나라도 동요"
백악관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 방침은 한국이 관세 인하의 대가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지만, 한국은 그 대가로 자신들이 하기로 한 약속(end of the bargain)을 이행하는 데 있어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인상의 시기 등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인상 선언에 대해 여러 각도로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작년 말 타결된 양국 간 합의를 뒤엎는 것으로, 비슷한 합의를 한 다른 나라들도 동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즉각 한국 정부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양국 무역 협정이 공식 조약이 아닌 팩트시트와 양해각서(MOU)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짚었다.
1, 2심 재판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상호관세 등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며,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에 따라 이를 심리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관세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공식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해왔던 관세 관련 발언 중 다수는 법적인 도전에 직면했으며,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도 대법원이 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다면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하거나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가 선제적으로 한국 관세를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 위협을 한 후 실제로 이행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관세 위협을 실제로 이행한 비율은 약 28%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20.4%는 위협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으며 8%는 부분 실행했다. 그러나 16%는 철회했고 6%는 부과한 후 철회했다. 22.4%는 아직 조사중이며 26.5%는 관세 부과를 하지 않았다. 위협중 절반 이상은 아직 실행되지 않은 상태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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