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손을 쥐는 힘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면 한 번쯤 의심할만한 질환이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악력’(握力) 저하가 신경퇴행성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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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예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주관적 인지 저하를 호소한 노인 107명을 대상으로 2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하며 악력 저하가 인지 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지 분석한 내용을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 악력이 약한 참가자들은 아밀로이드 침착 여부를 확인하는 ‘양전자방사선단층촬영’(PET)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았다. PET은 알츠하이머병을 확인하는 핵심 검사다.
악력이 약한 노인 17명 중 8명(47.1%)이 아밀로이드 PET 양성이었던 반면 정상 악력을 가진 노인 90명 중에서는 17명(18.9%)만이 양성으로 나타났다.
신경심리검사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악력 저하가 있는 참가자들은 기억을 일정 시간 후 다시 떠올리는 지연 회상 능력이 떨어졌다. 숫자와 알파벳을 번갈아 빠르게 연결하는 검사에서도 성적이 낮았다. 이는 주의력과 작업 전환 능력이 저하되고,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다.
2년이 지난 뒤에는 기능 저하가 더욱 뚜렷해졌다. 악력 저하가 있었던 참가자들은 △길 찾기 △지도 읽기 △물체 배치 등에서 현저한 어려움을 보였으며(시공간 기능 저하, 오즈비(OR) 3.517), 대화 내용을 반복해서 잊거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실행 기능 저하도 더 빈번했다(OR 3.503). OR은 두 집단의 사건 발생 가능성을 비교한 지표로 3.5 수준이면 비교적 강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다만 신뢰구간이 넓어 효과 크기를 단정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악력 약화만으로 치매나 인지 저하를 단정해서는 안 되며, 임상적 평가를 보완하는 참고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초기 인지 기능 저하가 신체 활동 감소로 이어지고 그 결과 근력이 약해졌을 수도 있다. 연구진 역시 이러한 ‘역(逆)인과관계’ 가능성을 인정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치매 신호는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손에 힘이 빠지는 변화로도 감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손을 잡았을 때 예전과 다른 힘의 변화를 느낀다면 한 번쯤 인지 기능 검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주관적 인지 저하를 겪는 노인에서 악력 약화가 아밀로이드 침착과 인지 기능 저하를 반영하는 잠재적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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