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해결부터 신발 배달까지'…노숙인 전담 경찰관의 빡빡한 하루[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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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해결부터 신발 배달까지'…노숙인 전담 경찰관의 빡빡한 하루[현장]

모두서치 2026-01-28 06:33: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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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며칠째 이어지는 한파가 몰아친 지난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도 칼날 같은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이른 아침, 사람 발길이 뜸한 지하보도에서는 누군가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아저씨, 굿모닝! 괜찮으시죠?"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소속 박아론 경위는 '노숙인 전담 경찰관'을 맡고 있다. 2020년 2월부터 햇수로 7년째,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의 '아들'이자 '친구', 때로는 '해결사'로 살아가는 그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전 6시41분. 박 경위의 순찰이 시작됐다. 첫 코스는 서울역 지하보도. 이날 기준 서울역 일대 상주 노숙인은 약 150명. 2020년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 상주 노숙인은 295명에 달했지만 한때 130명대까지 줄었다가 최근 다시 조금씩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쪽방촌, 고시원, 원룸 등을 오가며 머무는 비상주 인원은 약 1300명에 달한다.

박 경위의 하루 순찰 횟수는 6~7차례. 한 코스를 도는 데만 최소 1시간이 걸린다. 상담과 돌발 상황까지 겹치면 하루 근무 대부분이 빠듯하게 채워진다.

 

 


지하보도 출구에서 가장 먼저 만난 이는 40년 넘게 서울역 일대에서 생활해 온 고령의 여성 노숙인이었다. 박 경위는 먼저 안부부터 물었다.

"어머니, 일찍 나오셨네. 오늘은 좀 괜찮으세요? 핫팩 있으시고?"

할머니는 잠시 멈춰 서더니,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쥔 핫팩과 또렷한 눈빛을 확인한 뒤에야 박 경위는 다음 순찰로 이동했다. 박 경위는 "고령자분들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숨은 잘 쉬시는지, 반응 속도는 어떤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박 경위는 지하보도로 내려가 텐트와 종이상자로 만든 임시 거처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불을 들추는 대신 이름을 부르거나 눈인사로 상태를 살폈다. "이분들 성향을 다 알아야 해요. 누가 접촉을 싫어하는지, 누가 이불을 들추는 걸 싫어하는지"

순찰 도중 만난 노숙인들은 대부분 박 경위와 이름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손짓만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이도 있었고, 반갑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이도 있었다. 접촉을 꺼리는 이에게는 눈 맞춤만, 말을 원하는 이에게는 짧은 대화가 이어졌다.

순찰 중에는 민원도 이어졌다. "누가 통로에 대소변을 봤다"는 항의부터 "술에 취해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하소연까지. 박 경위는 "술은 자제하셔야지", "제가 전화해서 찾아볼게요"라며 달래며 해결사 역할 자처했다.

 

 

 


오전 7시께 서울역 구역사 뒤편 텐트촌에서 신발도 없이 맨발로 돌아다니는 남성을 발견했다. 박 경위는 "일단 대합실로 들어가 계세요. 내가 신발 구해올게"라며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겨울 아침을 가장 위험한 시간대로 꼽았다. "겨울철에는 오전 6시30분부터 9시까지가 제일 위험해요. 제일 춥고, 저체온이나 돌발 행동, 사고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이 시간엔 계속 돌면서 보호 조치를 해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오전 7시10분이 지나자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했다. 박 경위는 서울로 일대와 양동 구역 재개발 구역까지 순찰 범위를 넓혔다. 투신 사고 우려가 있는 지점에서는 난간 높이를 직접 확인하고, 구조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곳은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재개발로 비어 있는 건물 내부도 하나하나 확인했다. 사람이 들어가 있다가 발견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경위의 머릿속에는 상주 인원 150명이 모두 자리 잡고 있다. 아침 시간대에 눈으로 확인해야 할 인원은 약 70~80명. 그는 순찰을 돌며 한 명 한 명 얼굴을 확인하고, 보이면 머릿속에서 숫자를 더해 간다. 한 명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이유부터 찾는다.

"지금 이 시간에 70명 정도는 보여야 해요. 한 명씩 보이면 머릿속에서 계속 카운트가 돼요. 근데 안 보이면 계속 신경 쓰이죠. 어디 갔는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그는 이 일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시간이 능력이에요. 이분들을 많이 알고 있어야 보호도 되고, 범죄 예방도 됩니다. 하루이틀 얼굴 트는 걸로는 안 돼요. 매일 만나고, 이름 부르고, 신뢰가 쌓여야 그때서야 이분들도 마음을 열어요. 1~2년 근무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1시간가량의 순찰 코스를 마치며 박 경위는 이렇게 말했다. "겉모습은 거칠어 보여도 마음은 정말 여려요. 유리 같으신 분들이죠. 그래서 더 자주 보고, 더 빨리 확인해야 합니다"

한파 속에서도 서울역 일대 노숙인들을 지키는 박 경위의 하루는 그렇게 또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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