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월 18일자 기사에서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가 심각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비기록 무역이 대륙 전반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특히 식품을 중심으로 한 역내 무역 규모는 기존 인식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사헬 지역 변두리의 작은 시장에서 해산물이 쌓여 있는 풍경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나 북부, 부르키나파소 국경 인근의 파가(Paga) 마을에서는 이런 장면이 일상이다. 시장 상인 아초아 하산 앞에 쌓인 건어물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모여든 것이다.
가나의 항구 도시 타코라디에서 공급이 막히면, 이른바 ‘시장의 여왕’이라 불리는 여성 상인들은 트럭을 빌려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까지 북상한다. 그들이 거래하는 생선은 토고, 베냉, 심지어 나이지리아 해안 지역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지역 상인들에게 이들의 국제적 유통망은 놀라울 정도다.
아프리카 정책 결정자들은 오래전부터 대륙 내 국가 간 무역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무역에서 역내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는 식민지 시절 형성된 왜곡된 교역 체계—아프리카 생산자들을 해외 시장과는 연결했지만 인접 국가들과는 단절시킨 구조—의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 5년 전 발효된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AfCFTA)’이다. 아프리카연합(AU)은 향후 10년 내 식량 생산량을 50% 늘리고, 역내 농산물 무역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 목표가 일정 부분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공식 통계는 이미 존재하는 대규모 역내 무역, 특히 식품 무역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서만 매년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식품이 국가 간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공식 통계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식품 무역의 상당 부분은 기록되지 않는다. 프랑스 싱크탱크 국제정보·전망연구센터의 앙투안 부에는 이러한 화물이 대부분 도로를 통해 이동하며, 통계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역’으로 남는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축 거래는 주로 유목민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공식 국경 통과 절차를 거의 거치지 않는다. OECD는 이러한 비기록 무역 추정치를 공식 데이터에 반영할 경우, 서아프리카 신선식품 수출에서 역내 비중이 기존의 3분의 1에서 5분의 3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 문제는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정보·전망연구센터가 2018년 베냉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공식 통계는 베냉과 나이지리아 간 무역을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수입은 약 50%, 수출은 85%나 축소돼 집계됐다.
이 거래에는 산업재와 섬유 제품도 포함된다. 또한 ‘시장의 여왕’과 같은 상인들을 단순한 소규모 상인으로 보는 인식 역시 현실과 거리가 있다. OECD는 서아프리카의 비기록 식품 무역 중 약 90%가 대형 트럭을 활용한 대규모 거래라는 점을 밝혀냈다. 파가 마을에서 토마토를 파는 여성들조차 필요할 경우 차량을 빌려 농산물을 운송한다.
보다 통합된 시장은 이론적으로 식량 안보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서아프리카 국가 간에 유통되는 식품 상당수는 영양가가 높다. 전문가들은 사헬 지역에는 가축이 과잉 공급돼 있고, 해안 국가들에는 카사바와 참마 같은 뿌리작물이 넘친다고 지적한다. 국가 간 무역이 원활해질 경우, 식량 부족과 가격 변동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보호무역 기조로 돌아서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에도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엘리트들이 높은 관세와 비효율적인 통관 절차에서 발생하는 차익 거래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모로코 같은 대형 경제국의 저가 수입품이 자국 산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아프리카 무역은 흔히 생각되는 것처럼 미미하지 않다. 오히려 이미 상당한 규모로 움직이고 있으며,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의 진정한 잠재력은 무역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무역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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