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水滴穿石’의 가치 증명한 뜨거운 열정
ⓒ ㈜브랜드플레이스
- 빠른 성과보다 오래 가는 구조를 택하다
- 확장보다 지속성을 고민하는 경영 철학
플랫폼이 커질수록 시장은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라이브 커머스 생태계는 더 복잡해졌다. 크리에이터와 에이전시, 브랜드와 플랫폼이 빠르게 얽히면서 성과는 커졌지만, 정산과 책임, 운영 기준을 둘러싼 혼란도 함께 증폭됐다. 속도와 화제성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서, 이제 이 시장은 ‘누가 더 규모 있게 활동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기준을 세우고 지켜가는가’를 묻고 있다. 단기 성과보다 구조와 운영을 먼저 설계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이전시를 감각이 아닌 시스템으로 설득하려는 젊은 리더가 있다. 틱톡라이브 전문 에이전시인 디벨롭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임철현 (ㅈㅜ)브랜드플레이스(이하 브랜드플레이스) 대표를 만나 그의 철학과 단단한 리더십을 이슈메이커에 담아보았다.
ⓒ ㈜브랜드플레이스
버텨야 했던 자리에서 배운 감각
임철현 대표는 자신의 출발을 ‘빠르지 않았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시작이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했던 시기였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환경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현실을 먼저 계산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마음이 앞서는 순간에도 한 번 더 계산하는 습관, 감정 대신 조건을 먼저 보는 태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본격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있는 장어 양어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를 통해 연결된 자리였고, 당시의 선택은 경험을 쌓기 위한 도전이라기보다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에 가까웠다. 하루의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내며 그는 처음으로 ‘일을 한다’라는 의미를 실감했다. 체력 소모가 컸고,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생각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일의 강도보다 구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더디게 쌓이는 구조였고, 불합리하고 열악한 처우에 이 방식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적도 있었지만, 돌아온 말은 ‘지금은 버텨야 할 때’라는 조언이었다. 임 대표는 그 말을 듣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끝까지 한 번 해본 뒤 판단하자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약 9개월 동안 일을 이어갔다.
당시 임 대표는 소비를 최대한 줄이며 목표를 분명히 세웠고, 결국 스스로 정해둔 금액의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는 한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내려놓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 본 첫 경험이었고, 이후 선택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시기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버틸 수 있는 것’과 ‘계속 머물러야 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보다, 내가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끝까지 해보고 나서야 다음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라고 전했다.
‘열심히’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깨달음
양어장에서의 시간을 정리한 뒤, 임철현 대표는 장흥을 떠나 광주로 향한다. 모아둔 돈으로 쌍촌동에 원룸을 구했고, 군 입대 전까지는 광주에서 생활해 보고 싶다는 판단이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이후 아웃렛에 있던 글로벌 브랜드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판매 현장은 그에게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주었다.
매장에서의 역할은 담당 매니저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 만난 관리자는 매뉴얼과 지시를 앞세웠고, 정해진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이후 만난 매니저는 접근이 달랐다. 기준만 제시한 뒤, 판매 방식은 전적으로 맡겼다. 결과에 대한 책임만 분명히 하면 된다는 태도였다. 이 차이는 임 대표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공간, 같은 제품이었지만 사람의 태도와 성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제와 자율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군 전역 후 더 큰 성장을 위해 도전한 서울에서의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유명 편집숍은 물론 건대 일대에서 클럽과 주점 서버로도 일을 했을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았다. 서울에서의 현장은 빠르게 돌아갔지만, 구조는 금세 읽혔다. 오래 일해도 시급은 조금씩만 오르고, 먼저 들어온 사람의 자리가 고정되는 방식이었다. 임 대표는 이 환경에서 ‘열심히’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기준이 되는 구조를 보았다. 그리고 이곳들은 시간을 쏟아도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자리라는 판단과 확신이 들게 되었다.
임 대표는 이 시점을 돌아보며 “그때는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열심히 하는 방향이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그의 기준은 더욱 분명해졌다. 같은 노력을 들이더라도, 어떤 구조 안에서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판단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방향을 먼저 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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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읽고 들어간 최선의 선택
서울에 정착한 뒤, 임철현 대표는 본격적으로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방향은 분명했다. 성과가 구조로 이어지는 일을 택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비교했다. 부동산과 보험, 중고차, 통신 판매까지 하나씩 따져봤다. 각 시장의 진입 장벽과 리스크, 수익 구조를 놓고 계산했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통신 판매 및 영업이었다. 거래가 끝난 뒤 사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이러한 선택을 즉시 실행으로 옮겼다. 축구선수 시절부터 알고 지내오던 고향 선배의 추천으로 삼성동에 있던 대형 온라인 통신 플랫폼에 합류한 것이다. 회사의 구조는 분명했다. 투자금이나 자가소비를 요구하지 않았고, 최신 단말기를 정상 유통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임 대표는 이 점을 중요하게 봤다고 했다. ‘떳떳하게 영업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어야 오래 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을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임 대표가 주목한 건 ‘인식’이었다. 통신 판매 및 영업을 둘러싼 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거래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페이스북에 장흥에서의 출발, 양어장 경험, 서울에 올라온 이유를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무엇을 팔고 있는지보다,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리는 방식이었다. 그 글에 반응이 붙기 시작했고, 온라인 문의와 거래가 자연스럽게 늘었다. 성과는 고점을 찍고 넘기를 반복했고 비교적 빠르게 관리직에 올라갈 수 있게 됐다.
조직의 성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근 인원이 수백 명 단위로 늘어났고, 임 대표의 역할도 달라졌다. 개인 성과보다 팀을 관리하고 방향을 잡는 일이 많아졌다. 20대 중반, 그는 업계 상위권에 속하는 수입을 기록했다. 그러나 성과가 커질수록 마음 한편에는 불편함도 남았다. 숫자는 올라갔지만, 함께 일해온 사람들의 삶이 그만큼 달라지지 않는 장면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이 시기를 돌아보며 “나만 잘되는 구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가고 싶었는데, 방식이 맞는 건지 계속 고민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선택지 대신, 조직의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관리 부담은 커졌고, 책임도 늘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성과’와 ‘관계’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섰고, 해결해야 할 다음 과제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 과제는 이후 그가 독립과 새로운 사업을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이어지게 된다.
구조 없이는 사람도 지킬 수 없었다
결국 임철현 대표는 조직을 나오는 결정을 내렸다.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이 선택을 두고 주변의 만류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는 안정적인 자리를 내려놓는 결정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임 대표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남아 있는 구조 안에서 타협하기보다, 직접 감당하는 쪽이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립 이후 그는 수천만 원을 들여 자신의 통신 판매 및 영업과 관련된 플랫폼을 만들었다. 조직을 떠난 뒤에는 집에서 혼자 온라인으로 통신 판매업을 시작하며 다시 시작했다. 이전처럼 사람을 관리하지 않아도 됐고, 성과 역시 빠르게 돌아왔다. 그는 이 시기를 비교적 담담하게 설명했다. 혼자가 더 편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선택이 끝은 아니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자,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상황이 어려워졌고, 다시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임 대표는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대신 관계를 분명히 했다. 자신이 보증금을 책임지고, 월세는 함께 나누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송파에 사무실을 마련했고, 6~7명 규모의 팀이 꾸려졌다. 다시 조직을 운영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성장 속도는 눈부셨지만, 운영 과정에서 오해가 쌓였고 사람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함께하던 이들 일부가 조직을 떠났고, 임 대표는 다시 혼자 결정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임 대표는 다시 혼자가 됐다. 사무실 월세 1,200만 원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약 반년 동안 이어졌다. 그는 이 시기를 지나며, 조직은 의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정말로 많이 흔들렸어요. 그래도 여기서 도망치면, 그동안 해온 선택들을 전부 부정하는 것 같았습니다”라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자금을 털어 고양으로 거점을 옮겼어요. 규모를 다시 키우기보다,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쪽을 택한 선택이죠”라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기준은 더 명확해졌다.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무 방식으로나 함께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이후 임 대표가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에는 이 경험이 깊게 반영된다. 조직을 유지하는 조건, 책임의 범위, 그리고 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한 기준이 이 시기에 다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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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향해
여러 번의 선택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임철현 대표가 분명하게 정리한 것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에 가까웠다. 그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단기 성과를 앞세우는 방식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소모시키는지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브랜드플레이스를 설명할 때도 규모나 매출보다 먼저, 조직이 어떤 기준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현재 임 대표가 이끌고 있는 브랜드플레이스는 틱톡 라이브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를 발굴·관리하는 에이전시인 ‘디벨롭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 운영과 정산 구조, 인센티브 체계를 직접 설계하며,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에이전시 활동을 시작한 뒤 짧은 기간 안에 라이브 운영 규모를 빠르게 키웠고, 주요 지표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주요 플랫폼 내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에이전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임 대표는 현재 위치에 대해 “순위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다만 이 구조가 통한다는 건 확인됐습니다”라며 “지금의 성과가 확장의 신호라기보다,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는 출발선이 될 것입니다”라고 덤덤히 전했다.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지향점은 명료하다. 사람이 움직이는 산업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시스템이나 유행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라는 판단이다. 임 대표는 구성원들에게 결과를 요구하기에 앞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먼저 공유한다고 했다. 모든 선택을 대표가 대신 내려주기보다, 공통의 기준 안에서 각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계획 역시 급격한 외형 확장보다는 방향의 선명함에 무게를 둔다. 시장이 커질수록 선택지는 늘어나지만, 그만큼 유혹도 많아진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브랜드플레이스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성과가 나오는 방식, 보상이 돌아가는 흐름, 그리고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일들이 그 핵심이다.
ⓒ ㈜브랜드플레이스
임 대표는 브랜드플레이스를 하나의 성공 사례로 남기기보다 지속 가능한 조직의 형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빠르게 올라서는 회사가 아니라 쉽게 무너지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 그 목표를 위해 그는 오늘도 기준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선택을 덜어내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 브랜드플레이스의 현재와 미래는 그 반복 위에서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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