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10년 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출구 전략'으로 삼자 보수 진영에선 의미를 부여하며 정치적 결집을 노리고 있다.
박근혜-장동혁을 중심으로 보수연합이 형성되면서 사실상 당내 주류인 '친윤 연대'를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국민의힘과 특검 공조에 나섰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급격한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통일교와 공천헌금 특검, 이른바 '쌍특검' 관철을 요구하며 시작된 장 대표의 단식투쟁이지만 정부와 민주당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출구전략'이 요원해지자 보수는 박 전 대통령의 국회 귀환을 택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갇힌 데다 특검을 두고 민주당과 줄다리기는 하는 등 정치적 성과가 없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결의를 두고 의원총회에서 고성이 오가며 당은 '친윤'과 '비윤', '주류'와 '비주류'로 쪼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상항에서 국민의힘은 '박근혜'를 변수로 단식 중단과 보수결집에 활용하며 보수 결집을 넘어 전통 지지층인 TK민심까지 향했다. 당내 주류이자 아직도 TK민심을 잡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출구로 삼아 보수결집을 확인한 장 대표는 퇴원하는 날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리며 당내 반윤, 찬탄, 비주류 세력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고 윤어게인과 절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첫 탄핵 대통령을 국회로 불러들이며 '중도층 이탈'이란 리스크를 떠 앉게 됐단 반대론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탄핵 이미지가 부각될 것을 우려했으며 특검에 대해 국민의힘과 공조를 약속했던 개혁신당도 단식 중단의 계기가 박 전 대통령이었단 점을 문제 삼으며 공조를 보류했다.
앞서 지난 22일 8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장 대표는 10년 만에 국회를 찾은 박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권유에 즉각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정부와 여당이 단식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라고 하자 장 대표가 "더 큰 싸움을 위해 멈추겠다"는 발언은 보수 진영 결집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번 단식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범보수 인사들이 농성장을 찾아 전통 보수와 개혁 보수를 함께 안는 모양새를 갖췄다.
임이자·양향자·신동욱 "朴 방문이 보수 대통합 가져왔다"
당 일각에선 단식 8일차에 건강 상태가 나빠진 장 대표가 대구에서 상경해 단식 농성장을 손수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호소를 받아들여 농성을 중단키로 결정한 것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의 방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보수 대통합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은 2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에서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당에서도 전혀 몰랐지만 보수 대통합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치시그널>
임 의원은 "건강이 걱정돼 의원들이 중단을 촉구해도 단식의 이유가 강선우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공천 비리 특검과 전재수 전 장관의 통일교 게이트 특검이 목적이어서 장 대표가 단식을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을 매우 셌다"고 전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현장에 올지 정말 몰랐고 아마 유영하 의원님께서 상황을 보고 너무 안타깝고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대통령께 말씀드려 중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게 아닌가 싶다"며 "특검 관련해선 끝나지 않은 싸움이지만 보수 대통합적인 측면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장 대표의 결기로 보수 진영에 통합의 흐름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 최고위원은 22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 에서 장 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해 "(보수진영)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강한 신호"라며 "실제로 통합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당 부패에 대해 함께 공조해 이번 기회에 도려내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금태섭의>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오고, 유승민 전 의원도 오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왔다. 오 시장은 '보수는 더 넓어져야 된다'고 했고, 유 전 의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공동 행동의 틀'을 말했는데 이를 실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면 (보수)단결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이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먼 길을 달려와 손잡아 준 그 마음이 장 대표에게 전해져 단식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며 "여의도 겨울바람이 아무리 매섭고 차가워도 우리에게는 뜨거운 진심이 있고 이렇게 하나가 된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통합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朴등판, 정치적 비용 감당해야…국힘 공조도 잠정보류"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과 공조할 것으로 약속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장 대표가 단식을 끊는 방법으로 발 전 대통령을 택하면서 정치적 비용이 뒤따를 것이며, 박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이 공조해야 할 사안이 사라진 만큼 공조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가 박 전 대통령 방문 이후 단식을 중단한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공조 사안이 박 전 대통령 출현이라는 특이한 형식으로 종결됐기 때문에 실타래를 푸는 것은 국민의힘이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공조를 이어가고 싶다면 어떤 개연성인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종결한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날 출연한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인터뷰> 에서 "박 전 대통령을 행사 뛰는 가수에 비유하면 그렇게 싼 값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추가적인 정치적 비용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의>
'박 전 대통령의 만류로 인한 출구는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것인가'란 질문에는 "그 비용이 무엇일지에 대해 감도 안 잡힌다"며 "박 전 대통령이 이번 일을 바탕으로 대구 지역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대구경북, 영남에서 국민의힘 선거가 안정되고 나머지 지역 확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아니라면 선거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영하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의원도 조건부로 했을지, 아니면 진짜 박 전 대통령을 설득했을 지 지금은 아무도 확인을 못 한다"고 말했다.
보수 결집을 이뤘다는 평가에 대해선 "결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보수를 끌어 모아 이긴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총선 치르고 대선에서 이겼을 때이다. 2020년 황교안 전 대표가 미래통합당으로 보수를 다 끌어 모았지만 크게 졌다. 그런 모습만 봐도 (단식이) 답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김성태 "보수결집 효과 있겠지만 중도 확장엔 의구심"
반면 보수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외연 확장에 힘써야 할 시기에 탄핵 이미지가 부각되는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이 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된 대통령이고 현재 당내 갈등 같은 경우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 윤어게인이나 부정선거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당 기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그런 측면에서 일간에는 박 전 대통령이 단식 만류를 위해 귀경한 것이 찐보수의 적통이라고 말하지만 약간 떨어져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저 그림이 보수진영 결집까지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중도외연 확장에서 무당층까지 소구력이 있는 그림인가 하는 의아한 마음을 갖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누구 말도 잘 안 듣는 사람이다. 장 대표 단식을 중단시키고 만류하는 게 나의 역할이고 내가 할 일이란 사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못한다"며 "유영하 의원이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동설한 추위에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진영에서도 쉽게 잘 이해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박근혜 등장, 장동혁에 플러스 안 돼…얻은 것 없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장 대표가 출구 전략으로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택한 것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며 "얻은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 출연해 장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얻은 것은 별로 없다. 솔직히 자기 건강만 잃었다"며 "단식으로 정치 투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국민들이 깨어 있고 성숙한 데다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다 알고 있는데 단식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태현의>
유승민 의원 등이 방문하며 보수통합, 보수결집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는 것에 대해선 "인간적인 측면에서 단식하고 있으니 찾아가서 위로한 것이지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있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도 왜 등장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예전처럼 보수를 결집시킬 여력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친 것이 아니라 탄핵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너무 과거 사람들에게 집착하는 게 큰 문제다. 새롭게 전개되는 정치 상황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려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가 보수를 결집시킬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장 대표에게 별다른 플러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진해서 왔던 누가 요청을 했던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과거를 회상하려 한다면 발전하기 힘들다"고 일침했다.
진중권 "탄핵 당한 박근혜, 장동혁 단식현장 등장에 웃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국민의힘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식 만류 현장 방문 뒤 단식을 중단한 것을 두고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이 탄핵 당한 다른 전직 대통령을 놓지 못하는 당 대표와 악수하며 보수결집이라고 부르는 것이 단식의 결론이냐", "거꾸로 가는 것", "피식 웃음이 나온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4일 저녁 TV조선 <강적들> 에 출연해 장 대표 단식 현장에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한 것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나서는 걸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며 "그림이 좀 그렇다. 이게 출구 전략인가"라고 지적했다. 강적들>
진 교수는 "탄핵 당한 대통령이 탄핵 당한 대통령을 놓지 못하는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그걸 '보수결집'라고 부르는 게 단식농성의 결론인가. 국민들이 볼 때 상당히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비판했다.
朴측근 유영하 "대구시장 노린단 주장은 음모론" 불쾌감 드러내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단식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구갑)이 중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의원은 2005년부터 박 전 대통령의 법률분야 참모로 두각을 나타내며 줄곧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보좌했던 인물이다. 탄핵 이후에도 꾸준히 접견했으며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하자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면회를 허락한 유일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유 의원은 자신이 대구시장 공천을 노리고 박 전 대통령을 장 대표 단식장으로 오도록 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요설 수준의 음모론이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장 대표의 단식 중단 다음 날인 23일 페이스북을 "어느 덜떨어진 정치 패널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장동혁 대표 단식을 만류한 건 유영하의 대구시장 공천을 위한 것'이라고 지껄였다고 하더라"며 "아는 것이라곤 음모론뿐인 자가 또 요설을 뱉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방송에서) 뭐라도 떠들어야 하겠지만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면 반드시 천벌을, 훗날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최진 리더십연구원장 "장동혁, '친윤 같이 가되 친한 안된다'는 정치적 선택"
일각에선 장 대표가 출구 전략으로 박 전 대통령의 방문을 택하고 퇴원 당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리면서 '결국 당내 주류인 친윤과는 같이 가되 친한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7일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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