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철강·AI·우주 분야 핵심 기업 5곳과 전략적 투자·협력을 약속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번 사업이 단일 무기체계 경쟁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 산업 동맹을 겨루는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한다. 한국 정부 특사단이 포럼과 체결식에 함께한 장면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가 범정부 전략 수출 사업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MOU의 본질은 '얼마나 좋은 잠수함을 제안했는가'가 아니라, 캐나다가 요구하는 'Buy Canadian' 기조와 산업 환원 논리를 얼마나 구조적으로 충족시켰는가에 있다. 한화는 절충교역(ITB)을 단순 오프셋이 아닌, 캐나다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산업 생태계 설계로 재정의했다.
행사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한 것은, 잠수함 수주전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외교·통상·안보가 결합된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정부 메시지는 일관됐다. 교역·투자 확대를 넘어 AI 전환, 청정에너지, 경제안보까지 포괄하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캐나다와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중시하는 '산업 참여·고용·기술 축적' 요구에 정면으로 호응하는 신호다.
한화의 제안은 전통 방산 오프셋의 범위를 넘어선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사 Algoma Steel과 손잡고 현지 강재 생산·공급 체계를 구축한다. 약 3억4,500만 캐나다달러(CAD) 출연을 통해 잠수함 건조·정비(MRO)에 필요한 강재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이는 잠수함 도입 이후 수십 년에 걸친 운용 신뢰와 산업 내재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카드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이 가세해 AI·위성·우주로 협력 범위를 확장했다. 캐나다 유니콘 AI 기업 Cohere와의 협력은 LLM·LMM을 조선 설계·제조·시스템 통합과 잠수함 운용에 적용하는 방산 특화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는 '무기 성능' 경쟁을 넘어 지능화된 운용 능력을 평가하는 최근 방산 트렌드에 부합한다.
우주·통신 영역에서도 Telesat, MDA Space, PV Labs와의 협력이 이어졌다. 저궤도(LEO) 위성통신, 소프트웨어 정의 위성(SDS), EO·IR 센서 고도화는 잠수함 작전의 보안 통신·데이터 복원력·지휘통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안보 역량 강화와 직결된다.
이번 MOU 묶음은 캐나다 정부가 입찰에서 중시하는 현지 고용·기술 이전·산업 파급 효과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글로벌 컨설팅사 KPMG가 제시한 2026~2040년 누적 20만 명(job-years) 이상의 고용 효과 전망은, 한화의 제안이 단기 건조 효과를 넘어 장기 산업 성장 시나리오로 설계됐음을 방증한다. 철강·AI·위성·MRO가 연쇄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는, 잠수함 사업 종료 이후에도 캐나다 경제에 잔존 가치를 남긴다.
한화의 캐나다 전략이 갖는 궁극적 의미는 분명하다. K-방산을 '가성비 무기 공급자'에서 글로벌 경제·안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재포지셔닝하려는 시도다. 정부 특사단의 외교적 뒷받침, 기업의 대규모 선제 투자, 첨단 기술의 현지 내재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이번 접근이 성과를 낼 경우, 향후 대형 방산 프로젝트의 표준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즉, 이번 MOU는 계약 이전의 이벤트가 아니라,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을 산업 동맹 경쟁으로 끌어올린 분기점이다. 성패를 가를 관건은 가격이나 성능의 미세한 차이가 아니라, 캐나다가 원하는 미래 산업 지도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했는가에 달려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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