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면 지구가 다시 예전의 평온을 되찾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기후과학자 예상욱 한양대학교 교수의 연구실에서 마주한 데이터는 이 낙관적인 믿음에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우리가 배출을 멈춰도, 이미 거대한 에너지를 머금은 바다와 숲이 인류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 유튜버 ‘지식인미나니’가 예 교수를 만나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기후 미싱 링크(missing link)를 짚어봤다.
지식인미나니 : 탄소 배출을 줄여도 바다 온도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예상욱 교수 : 핵심은 해양의 '지연된 반응'과 열 전달 프로세스에 있습니다. 지금 바다는 대기 중의 뜨거운 열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심층(Deep Ocean)으로 내려보내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탄소 중립에 성공해 대기 중 CO2 농도가 급격히 줄어들면, 해양이 대기로부터 열을 흡수해 아래로 전달하던 효율이 급격히 변화합니다.
이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기 온도는 내려가지만, 깊은 바다로 열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지체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에너지가 표층에 머물게 됩니다. 결국 깊은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열이 상층부에 정체되거나 순환이 꼬이면서, 시간이 흐른 뒤 표층 수온이 다시 상승하는 ‘재온난화(Re-warm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예측 모델에서 놓치고 있었던 ‘미싱 링크’입니다. 인류가 탄소 감축에 성공하더라도 지구가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식인미나니 : 나무를 심는 것이 기후 위기의 정답이라고 알고 있는데, 숲이 오히려 탄소를 내뿜는 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은 무엇입니까?
예상욱 교수: 식생(Vegetation)의 생물학적 반전 때문입니다. 우리 연구팀이 동아시아 지역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50년대 중후반이 되면 한국을 포함한 남쪽 지역의 숲이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나무의 ‘배부름 현상’입니다. CO2 농도가 너무 높고 기온이 오르면 나무는 탄소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기공(숨구멍)을 닫고 흡수량을 줄입니다. 둘째는 더 결정적인 원인인 ‘토양의 과호흡’입니다.
지열이 오르면 땅속 미생물의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유기물을 분해하며 엄청난 양의 CO2를 내뱉습니다. 결국 미생물이 뱉어내는 양이 나무가 흡수하는 양을 완전히 압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는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의 전환' 현상이 이제 한반도 숲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지식인미나니 :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가 추진 중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예상욱 교수: 단호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CO2를, 훨씬 더 빠르게 감축해야 합니다. 어설픈 감축은 바다와 숲이 뿜어내는 자연의 피드백을 막아내지 못합니다.
만약 2050년까지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바다 온도는 계속 오르고 북극의 빙하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살기 어려운 ‘대홍수’와 극한의 기후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예상욱 교수와의 인터뷰는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침묵의 청구서'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2050년이라는 목표치에 안주하는 사이, 바다의 순환은 느려지고 숲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의 진짜 티핑포인트는 어쩌면 우리가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오만함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Copyright ⓒ AI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