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호이 기자]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돌파했다. 범죄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는 가운데, 기술적 보안 시스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금융기관 창구의 '인적 방어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566억원에 달한다. 특히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범죄가 전체 피해의 77%를 차지하며, 이 유형의 피해 규모는 최근 10년간 15배 이상 폭증했다. 건당 평균 피해액도 5000만원을 넘어서며 고액화 추세가 뚜렷하다.
■ 시스템이 못 잡는 '심리적 사각지대', 현장 직원이 막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회장 김인)가 최근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우수직원' 포상이 주목받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5년 한 해 동안 고객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한 직원 15명을 선정해 지난달 표창을 전달했다. 이번 포상의 핵심은 기술적 보안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한 '심리적 사각지대'를 현장 직원이 직접 막아냈다는 점에 있다. 선정된 직원들은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의 미세한 징후를 놓치지 않았다. 고액 현금 인출 시 불안해하는 기색, 통화를 끊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행동 등을 포착해 즉각적인 거래 중단과 경찰 신고를 이끌어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해 통화 내용 녹음, 원격제어, 실시간 위치 추적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금융감독원, 검찰 등 실제 기관 번호 80여 개를 목록화해 피해자가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조작하는 '강수강발' 수법까지 동원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계적 차단보다 현장 직원의 적극적 개입이 가장 강력한 억제력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금융소비자가 알아야 할 '자기방어 서비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번 사례 공유와 함께 기술적 보안과 고객의 예방 노력이 결합된 '이중 방어 체계'를 강조했다.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서비스는 두 가지다. 첫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엠세이퍼(M-Safer)'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가입 현황을 조회하고, 신규 가입 제한을 설정할 수 있어 본인도 모르게 개통된 휴대전화가 범죄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다. 보이스피싱의 종착역은 단순 인출을 넘어 비대면 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본인 명의의 카드론, 신용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 신규 여신거래를 원천 차단해, 사기범의 압박에 못 이겨 대출을 받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 피해 발생 시 '골든타임 3대 수칙'
첫째, 피해 인지 즉시 해당 금융회사나 경찰청(112)에 신고해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둘째,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가 노출됐다면 금융감독원 '파인' 사이트의 '내계좌 한눈에' 서비스로 추가 피해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모르는 번호로 온 URL은 절대 클릭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절대 원격제어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 신뢰의 금융, 현장에서 시작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포상은 단순한 내부 시상을 넘어 보이스피싱 예방에 대한 새마을금고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대응 역량과 고객 스스로의 예방 노력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예방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창구 직원이 '가장 가까운 보안관'이 될 때, 보이스피싱이라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화려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고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현장 중심의 신뢰 경영'이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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