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혁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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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혁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경기일보 2026-01-27 16:49: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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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늘 더 빠른 변화를 이야기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사회 전반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한 조급함마저 감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살아가는 사회와 지역, 그리고 대학이 진정으로 마주해야 할 질문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혁신(Innovation)은 언제나 기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정체성(Identity)을 가지고 변화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와 콘텐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이들 산업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인재, 그리고 지역이 다져온 산업 기반 위에서 서서히 성장해 왔다.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와 감성 AI 역시 마찬가지다. 몸을 가진 기계,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과정 속에서 축적된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인간의 신체와 감정,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고급화된 기술로 이어진 것이다. 이 점에서 혁신은 단절이 아니라 축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방향 없는 속도는 일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기술은 빨라질수록 더욱 분명한 질문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기술을 왜, 그리고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러한 기술의 축적과 전환의 과정에는 언제나 지역대학이 함께해 왔다. 대학은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공간이기보다 기술을 인간의 삶 속에서 해석하고 사회적 의미로 확장해 온 혁신의 장이었다. 인공지능 역시 이제는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공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인간의 경험과 가치로 연결하는 힘,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대학이 아닐까.

 

이제 지역대학은 단순히 인력을 배출하는 기관에 머물 필요가 없다. 지역 산업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경험과 역량을 미래 전략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산업 질서를 실험하는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그 기능을 해야 한다. 같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어떤 정체성과 철학을 가진 대학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시간에 흘려보내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질문이 있다. 대학에서 길러낸 청년들이 과연 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졸업과 동시에 지역을 떠나야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산업 전략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혁신은 결국 사람이 지역에 남아 삶을 이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청년이 머물 수 없는 지역은 기술을 품을 수 없고 미래 역시 지속되기 어렵다.

 

이를 위해 교육과 산업, 그리고 삶의 조건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지역 기업의 실제 일과 맞닿아야 하고 졸업 후에도 지역 안에서 성장의 경로를 함께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기업과 함께 교육과 일을 설계하고 지역사회는 청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주거와 문화, 일상의 조건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술 집약적 산업이 모여 있는 경기 수도권에서 예술과 디자인, 콘텐츠 역량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기술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기술을 사람의 감각과 감정으로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와 감성 AI의 시대에 기술의 완성도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서 결정된다.

 

2026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혁신이 아니다. 기술을 넘어 사람과 지역에 책임지는 혁신의 정체성이다. 지역대학을 단기적 성과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결단이 지금 우리 사회에 요구되고 있다. 이것이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게 남겨야 할 우리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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