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홍익표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과의 면담에서 “국민투표법이 방치돼 있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국민 참정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에 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법 개정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대통령실에서 독려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헌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안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의 찬성으로 통과한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투표는 과반 투표와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투표는 국민투표법에 따라 실시된다.
하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제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까지 이를 보완한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마쳐야 하는 셈이다.
국회는 이후 11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관련 내용을 담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나 공청회 등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제도로서 국민투표가 갖는 민주적 함의를 고려할 때 국민투표법 처리 지연은 국회가 국민이 부여한 입법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회를 이같이 거센 톤으로 비판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국민투표법 개정뿐 아니라 개헌 내용을 논의할 개헌특위도 여전히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달 초 간담회에서 1월 중 개헌특위 구성 이후 2월 내란 재판 1심 결과와 맞물려 특위 출범 등의 시간표를 제시했으나 여야 정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2월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지만 개헌특위 구성 논의도 거의 진척되지 못했다.
거대 양당의 외면 속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소수 정당만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26일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나 지방분권과 헌법 전문 개정만 담아 6월 지방선거에서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고 제안했다. 진보당도 시민단체인 ‘시민개헌넷’과 연대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6월 지방선거 개헌은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계엄 이후 실제 대선을 앞두고 양당 모두 개헌 추진을 공약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 축소 및 국회 권한 강화’에 방점을 둔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권한 축소’에 방점을 뒀다. 개헌을 위한 의결정족수는 국회 3분의 2(200석)로, 국민의힘이 반대할 경우 개헌은 불가능하다.
다만 국회의장실은 막판까지 개헌 논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계엄 1심 선고 이후 정상적인 국회 분위기가 되면 개헌 논의도 진척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국민투표법 개정만 신속하게 이뤄지면 헌법 전문 개정 등 여야 이견이 없는 개헌 논의는 속도를 낼 수 있어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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