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 생산량 1위인 현대제철이 먼저 철근 감축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최근 인천공장의 90t 전기로와 소형 압연 라인 폐쇄를 결정했다. 이곳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80만∼90만t으로, 인천공장 철근 생산능력(약 160만t)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앞서 현대제철은 보수 공사를 이유로 지난달 15일부터 해당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는데, 결국 생산 설비를 아예 폐쇄하기로 했다. 철근의 구조적 공급과잉 등 어려움에 앞장서서 생산량 감축에 나선 것이다. 철강업계는 내수 부진과 글로벌 공급 과잉,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보호무역 장벽 강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건설 경기 둔화로 철근 수요가 급감하면서 과잉 생산 문제가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철근 판매량은 2021년 1028만t에서 2024년 756만t으로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1041만t에서 780만t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수요를 웃도는 수준이다. 수출 물량이 늘고는 있지만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철근 수출량은 18만t으로, 2024년 연간 수출 물량(7만t)의 2.5배에 달했으나 전체 생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제철이 감산에 나섰음에도, 업계 전반의 추가 움직임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생산량 2위인 동국제강 역시 지난해부터 감산에 들어갔지만, 추가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동국제강은 야간 가동 시행과 일부 생산라인 셧다운을 반복하며 가동률을 50% 내외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강사별로 사업 구조와 수익성이 다른 데다, 철근 단일 품목에 의존하는 업체들의 경우 공장 폐쇄나 대규모 감산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량 감축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부담과 건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먼저 감산에 나설 경우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철근 구조조정 방안이 나와야 본격적인 감산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생산량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처럼 목표 감축 물량을 제시하되 업체별로 자율적인 감축안을 제출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지난 13일 열린 철강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철강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방향과 제도적 기반이 갖춰진 만큼 중점 조정 대상인 철근의 설비규모 조정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핵심 정책과제의 이행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근 생산량 감축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며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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