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품목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산업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해운, 전자, 소재 산업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 하락과 비용 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한미 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의 국회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분으로 들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과 이후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3500억달러)를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산 제품 관세를 인하하는 구조의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2월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지만 이번 조치로 다시 관세가 합의 이전 수준으로 복원되는 상황이다.
◆ 반도체, 직접관세보다 파생 충격 더 크다
반도체 업계는 직접적인 완제품 관세보다 수요 위축과 공급망 비용 상승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미국향 서버·AI 인프라 투자가 둔화될 경우 고부가 메모리(HBM), 서버용 D램, 패키징 기판, 전력반도체 등 연쇄 수요 위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서버는 GPU·CPU·메모리·기판·전력 모듈·통신 부품이 결합된 구조여서 완성품 관세 인상은 곧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반도체 그 자체보다 AI 인프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충격”이라며 “HBM·고부가 메모리 수요 성장 곡선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재차 ‘입지 압박’ 논리로 전환될 경우 생산기지의 미국 이전 요구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투자 전략과 공급망 구조 자체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자동차, 가장 직접적 타격…가격 경쟁력 하락
가장 즉각적인 충격을 받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관세가 25%로 복원될 경우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한 한국산 완성차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차량은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지만 관세 인상 시 소비자 가격 전가가 불가피해진다. 업계에서는 “25% 관세는 사실상 가격 경쟁 모델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품사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은 완성차와 연동돼 수출 구조가 형성돼 있어, 관세 인상은 2차 협력사까지 연쇄 충격을 주게 된다. 특히 전장 부품, 배터리 소재, 모터·전력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미국향 물량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 해운·물류, 물동량 둔화 리스크 확대
해운·물류 산업 역시 충격권에 들어갔다. 관세 인상은 곧 대미 수출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컨테이너 운임과 노선 구조 조정 압력으로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 수출 감소 → 물동량 감소 → 운임 하락 압력'이라는 전형적인 사이클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해운 시장이 AI 서버·전기차·에너지 인프라 투자 물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산업 투자 둔화는 해운업 전반에 구조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 전자·부품 산업까지 연쇄 파급
전자·부품 산업도 간접 충격권이다. TV·가전·통신장비·네트워크 장비 등은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고 관세 인상은 유통 채널 가격 구조에 직접 반영된다. 특히 고부가 제품 중심 전략을 취해온 기업일수록 가격 민감도가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단순한 무역 변수라기보다 산업 전략 변수”라며 “제품 믹스, 생산기지, 고객 구조, 가격 정책까지 전면 재조정 압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통상 분쟁이 아닌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합의→완화→복원'이라는 구조 자체가 기업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관세보다 더 무서운 건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자·공급망 전략이 다시 불안정 변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치·외교 변수와 산업 정책이 결합되는 구조 속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지연·보수적 경영·현금흐름 중심 전략으로 기조가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산업계, 관세는 시작일뿐 다음은 입지·투자 압박 예상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조치를 ‘관세 1차전’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단계는 생산기지 이전 압박, 투자 유치 조건 강화, 보조금·세제 연계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AI 인프라 산업은 미국의 전략산업 정책과 직접 연결돼 있어 향후 정책 압박 강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는 신호탄일 뿐”이라며 “다음 국면은 생산기지, 투자 위치, 공급망 통제까지 포함하는 구조적 재편 압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관세 인상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나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 배경을 분석하면서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조속히 미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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