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카드사·캐피털사에서 저신용자 대출 금리만 오르고 고신용자 금리는 되레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조달비용 증가와 우량 고객 확보 경쟁이 맞물린 결과인데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한층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대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롯데·현대카드)와 15개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취급한 가장 낮은 신용평점 구간(501~600점)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17.4%로 2024년 12월(16.97%) 대비 0.4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900점 초과 고신용자 금리는 같은 기간 12.63%에서 12.01%로 0.62%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 기조와는 온도 차를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15.9%에 달하는 서민금융상품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 바 있고 금융당국 역시 취약계층 지원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여전 업계에서는 저신용자 부담만 커지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저신용자 금리가 오른 배경으로는 조달비용 증가와 리스크 관리 강화가 꼽힌다. 예금 등으로 고객에게서 직접 자금을 모을 수 없는 여전사는 여전채 발행이 사실상 유일한 조달 수단이다. 이 때문에 시장 금리 변동이 곧바로 조달비용 변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달 중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종료하고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여전채 금리가 반등했고, 최근에는 AA+ 3년물 기준 3%대 중반까지 올랐다. 이렇듯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여전사들이 부실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을 더욱 선별적으로 취급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2022~2023년 고금리 시기에 발행된 채권 만기가 지난해 돌아오면서 여전채 금리가 높아진 데다 2024년부터 저신용 취약 차주 연체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신용자 금리가 낮아진 것은 우량 고객 확보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으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고신용자들까지 여전사 대출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에 따라 여전사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흐름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금리 구조 변화가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전사는 중저신용자, 특히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의존하는 대표적인 제도권 금융 창구다. 이들이 주로 포진한 신용평점 구간의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 차주가 제도권 밖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연체·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금리 조정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신용자 금리 상승은 연체율 확대와 조달 비용 부담으로 인해 위험 프리미엄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며 “이렇게 되면 저신용자 부채 증가와 연체 악화를 촉발해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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