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논란 속 미 정가 로비까지 알려지며 국민 반발 확산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신선미 한주홍 기자 = 소상공인과 시민·사회·노동단체 전반에서 쿠팡을 향한 비판이 확산하는 것은 독과점 플랫폼 기업으로서 쿠팡이 행사해 온 영향력과 그에 따른 각종 논란과 부작용이 전체 사회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발생 이후 쿠팡의 대응이 소비자들의 반발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쿠팡의 미국 정가 로비와 주요 투자자들의 미정부 조사 청원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태 자체가 기업 책임을 넘어 주권과 제도 신뢰의 문제로까지 인식되며 국민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 "40% 마진 요구"…쿠팡, 막강한 지배력으로 수수료 갑질 논란
2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거래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식품업종에선 40% 안팎의 마진율을 요구받아 사실상 남는 이익이 거의 없지만, 발주 중단 압박 등으로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말이 나온다.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마진 인상 요구를 구두로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대형 식품업체는 일정 수준의 협상력을 갖췄지만, 중소 식품업체들은 절대적 '갑'의 지위에 있는 쿠팡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계약 갱신 과정에서 마진율 인상을 요구하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경우 매입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협상력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규제도 많고 거래 관행상 눈치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쿠팡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의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쿠팡을 주거래 쇼핑몰로 둔 중소기업의 경우 쿠팡에 지급하는 비용이 쿠팡을 통해 발생한 전체 매출액의 평균 20.6%를 차지해 무신사 다음으로 높았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쿠팡에서 벌어서 떼주는 비용이 많다는 뜻이다.
쿠팡에서 물건을 팔거나 거래가 확정된 후 정산 대금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다른 쇼핑몰보다 길었다. 51일 이상 걸린다는 응답이 다른 쇼핑몰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쿠팡은 34.0%에 달했다.
◇ "5만원 보상책은 마케팅 수단"…소비자들 "우롱하나" 반발
소비자들의 분노는 개인정보 유출 이후 극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 보상책으로 마련한 '5만원 구매이용권'을 두고 우롱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쿠팡은 지난 15일부터 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들에게 쿠팡 앱은 5천원, 쿠팡이츠 5천원, 쿠팡 트래블 2만원, 알럭스(R.Lux) 2만원 등으로 구성된 구매이용권을 순차적으로 지급했다.
사용기간은 오는 4월 15일까지로,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그런데 이용권을 쿠팡·쿠팡이츠·쿠팡트래블·알럭스에서 각각 나눠 써야 하는 방식이어서, 개인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쿠팡 앱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은 5천원에 불과해 '5만원 보상'이라는 문구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일반 회원은 최소 주문 금액을 충족해야 하고, 탈퇴 고객은 재가입해야 이용권을 받을 수 있어 추가 소비와 플랫폼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보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적용 품목과 사용처가 제한되고 자동 적용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보상이라기보다 매출 회복을 위한 '마케팅' 수단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은 지난 15일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할인 쿠폰은 보상이 아니라 매출 향상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면서 쿠팡 쿠폰 거부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장시간·고강도 노동 논란…임금·'블랙리스트' 문제까지
쿠팡을 둘러싼 노동 문제도 주된 비판 지점이다. 장시간·야간 노동, 업무강도, 퇴직금·주휴수당 미지급 논란,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주요 쟁점이다.
노동계는 새벽배송을 중심으로 한 배송 구조가 장시간 야간노동을 고착화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초심야 시간대 배송과 과도한 물량 배정이 과로를 유발한다며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속도 압박과 휴게시간 부족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임금·보상과 관련해서는 형식상 일용직으로 분류된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는 상시근로에 해당함에도 퇴직금이나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국정감사와 행정 점검 과정에서 퇴직금과 주휴수당 지급 기준이 적정한지 여부가 문제로 제기됐고, 고용노동부는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울러 노조 활동이나 문제 제기에 관여한 인물의 취업을 제한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와 법조계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쿠팡의 장시간·고강도 노동과 저임금 구조, 노조 탄압, 개인정보 유출과 산재 은폐 문제를 지적하며 "죽지 않고 일할 권리"의 보장을 촉구했다.
◇ 한국서 영업해 막대한 실적 거두고도…미국 정가 로비 파문
쿠팡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막대한 매출을 거두면서도 정작 한국을 외면한 채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심지어 미 정가에 막대한 로비를 벌인 사실이 알려진 점도 국민의 분노를 키웠다.
작년 쿠팡과 쿠팡이츠 결제추정금액은 각각 역대 최대 규모인 66조2천109억원과 11조3천629억원으로 모두 78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5개월 후인 11월 말에서야 알려지면서 쿠팡은 작년 한 해 막대한 매출을 거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 2곳이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한 것도 분노를 더 키웠다.
특히 해당 투자사 중 그린옥스의 창립자 겸 파트너인 닐 메타는 쿠팡Inc의 이사회 멤버이고, 나머지 알티미터의 회장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동문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청원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를 두고 쿠팡이 "미국 정치권 뒤에 숨어 자국 정부를 압박하는 비겁한 행태"라고 비판하고 "미국 의회와 정부는 한국의 정당한 경제 정의 실현과 법 집행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쿠팡Inc가 상장 이후 4년간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쓴 1천75만5천달러(약 159억원)의 로비자금은 "소상공인의 고혈(膏血)을 착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이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법률 지원과 집단소송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연합은 쿠팡의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 "단순한 보상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며, 법적·제도적으로 기업의 책임과 소비자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eudojm@yna.co.kr, sun@yna.co.kr,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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