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잇따라 미디어 통합 법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미통위가 예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시절부터 일명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준비 중인 가운데, 최근 여당이 미디어 통합 법제안을 공개했다. 두 법안 모두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로 핵심 내용이 비슷해 국회 법안 심사 시 병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해당 법안들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를 법적 규율 대상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6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주도하는 통합미디어법 태스크포스(TF)는 대형 유튜브 채널이나 크리에이터도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방송사업자’로 신고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 통합 법제안을 공개했다. 이번 법안은 방미통위가 마련 중인 미디어 통합 법제안(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사안이다.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를 기존 방송법 체계에 통합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영역과 시장영역, 콘텐츠와 플랫폼, 허가 대상과 신고 대상 사업자, 설비 보유 유무 등에 따른 분류체계로 구성됐다.
방송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새롭게 정의하고, 서비스 특성에 따라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구분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는 시청각미디어 콘텐츠를 편성·배치하거나 채널을 구성해 공중에게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로 규정했다.
특히 OTT와 유튜브 등 VSP(비디오 공유 플랫폼)를 플랫폼 서비스 가운데 ‘설비 미보유 시청각미디어 플랫폼 서비스’로 분류해 법 체계에 편입시켰다. 이를 통해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 방지 등 새로운 책무를 부과했다.
방송 사업자를 새롭게 ‘공공영역’과 ‘시장영역’으로 구분해 시장영역에 대해서는 광고 규제 등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각 영역의 특성에 맞는 책무와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공공과 시장을 절대적으로 분리하지는 않고 공공영역 미디어의 상업 활동과 시장영역 미디어의 공적 역할 수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시장영역 내 플랫폼 서비스 중 IPTV과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설비를 보유한 플랫폼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허가제’를 유지한다. 또한 콘텐츠 서비스 중 ‘이용자 제작’ 콘텐츠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 역시 일정 수익이나 구독자 기준을 초과할 경우 방미통위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금전적 후원을 받는 경우 콘텐츠 내에 이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광고·협찬 고지 의무’를 부과했다. 전문의약품 등 특정 상품에 대한 광고나 판매 유도 행위는 금지하도록 했다.
이번 안은 그동안 방미통위가 미디어 통합 법제의 일환으로 방통위 시절부터 추진해왔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 대동소이하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의 골자는 네트워크 기반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하고, 동일 서비스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법안 모두 기존 방송법 체계와 달리 새로 방송을 구분했지만 OTT를 규율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유료방송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완화 및 개편보다는 규제 대상을 확대한 것에 그친다는 의견이다.
변수는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다. 글로벌 OTT나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를 법적 규율 대상으로 포함시켜서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새롭게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정치권은 쿠팡 사태 등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미국 기술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유료 방송 정책은 방미통위를 비롯해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다부처에 분산돼 있어 미디어 통합 법제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방송법 체계는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약 25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 2008년 ‘IPTV법’ 제정 이후에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일단 미디어 통합 법제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디어 통합 법제를 완성해놓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추후 개정을 통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번에 나온 법안 초안을 기반으로 추가 논의 과정을 거쳐 의원 입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별도로 지속해서 미디어 통합 법제를 추진 중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규제와 진흥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방미통위가 출범한 만큼 미디어 산업 발전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모색하고 법적 근거가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민관 합동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가 구성되면 미디어 통합 법제의 사회적 합의를 신속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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