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부통령·투자업계, '쿠팡 지키기'에 한미통상 문제로 비화…정부 "원칙 대처" 시민단체 "내정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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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美 부통령·투자업계, '쿠팡 지키기'에 한미통상 문제로 비화…정부 "원칙 대처" 시민단체 "내정간섭"

폴리뉴스 2026-01-27 12:50:23 신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무역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미국 정보기술(IT) 투자회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해 달라며,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등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통상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거나 불합리·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미국 행정부가 이에 대응할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또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담에서 "쿠팡 문제로 양국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미 정·재계가 '미국 기업' 쿠팡을 엄호하고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쿠팡 수사·제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조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아니며 통상 문제로 비화할 사안도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쿠팡 美투자사들, 미국 정부에 조치 요구…ISDS 중재도 청구

美부통령, 김민석 총리에 "쿠팡문제 오해없게 관리해야"

쿠팡은 미 정·재계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 로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미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대해 마녀 사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데 이어 최근 미국 투자사 2곳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청구를 제기한다는 중재의향서도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당국이 쿠팡을 겨냥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작년 11월 30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한 이후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약 27% 하락했다.

쿠팡에 투자한 '큰손'인 이들 투자사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쿠팡 사업을 마비시키기 위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성이 적은 노동, 금융, 관세 분야까지 정부 차원으로 전방위적인 대응을 시작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쿠팡이 한국 및 중국 대기업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시작하자 한국 정부가 쿠팡을 겨냥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감사, 조사, 압수수색 등을 수백 차례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사들은 "쿠팡은 중국 정부, 더불어민주당, 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close ties)를 유지하는 한국 내 중국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쿠팡이 한국 및 중국 경쟁사들의 오래된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정부는 행정 권력을 무기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을 "구실(pretext)"로 삼아 쿠팡을 상대로 "허위·명예훼손적 캠페인"을 전개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차별적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미국 투자자들은 쿠팡에 대한 투자를 보호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조약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로비는 백악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담에서 "미국 기업인 쿠팡이 한국에서 갖는 다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상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고, 밴스 부통령은 아마 한국 시스템 아래 뭔가 법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이해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전날 답변 태도에 대해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항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전날 답변 태도에 대해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항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상 마찰 우려에 개인정보보호위 조사·제재 '신중 모드'

이처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번질 것으로 우려되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제재 수위를 놓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개인정보위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조사조정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집중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단순 유출 사고 외에도 폐쇄회로(CC)TV 영상의 목적 외 이용·제공 여부, 이른바 '납치광고'로 불리는 '강제전환 광고'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규모, 매출 등을 고려할 때 쿠팡에 역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쿠팡 사안이 외교 무대 등 공식 채널에서 거론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인정보위의 조사와 향후 처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정보위는 통상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조사와 제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사태와 관련 "국민에게 준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사고 이후 제대로 조치했는지를 엄격하게 보고 그에 맞는 처분을 내리겠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떤 통상에 변수가 된다든지 하는 것들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개인정보 유출 규모 3000만건 이상"…쿠팡 자체조사 결과 1만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도 쿠팡의 자체 조사와 달리 3천만건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6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의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 유출 혐의는 피의자가 특정됐고 침입 경로가 확인되는 등 (수사의) 윤곽이 거의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규모는 3000만건 이상이다. 

박 청장은 "아직 확정적으로 (수사가) 종결은 안 됐지만 (쿠팡이 주장하는 3000여건보다는) 훨씬 많다"며 "유출량도 어느 정도 특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주장보다 유출량이 많은 것에 대해 '계정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계정에 여러 개인정보 항목이 포함될 수 있어 쿠팡이 말한 3000여건과 경찰이 보는 유출 규모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피의자 조사만 남겨둔 상태다. 

박 청장은 피의자가 외국인이라는 특성상 경찰 소환에는 제약이 있지만 인터폴 등 국제공조 절차를 통해 송환을 요청하며 국내 법에 따른 처벌을 목표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쿠팡의 '셀프 조사' 논란 관련 증거인멸 의혹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박 청장은 "쿠팡이 전에 제출했던 디지털 기기에 대한 분석이 거의 마무리 됐다"며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에 대해 출석 요구를 해놓은 상태로, 조사를 통해 필요한 사실들을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에 지난 1일과 7일 각각 1·2차 출석을 요구했으며, 2차 출석 요구 기한이 종료된 지난 14일 곧바로 3차 출석을 통보한 바 있다. 3차 출석 요구 기한은 아직 지나지 않았고, 현재까지 로저스 측으로부터 별도의 응답은 없는 상태다.

로저스 대표가 3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 박 청장은 "(조사에) 안 나왔다고 해서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출석 불응이나 불응 우려가 있거나 하는 건 저희(경찰)가 판단하는 것이기에, 3차 출석을 왜 안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들 "美, 쿠팡 개입 주권침해"

소상공인 업계 "쿠팡, '방탄로비' 멈추고 피해 보상해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ㆍ재계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ㆍ재계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쿠팡의 전방위 로비로 미 정계와 재계가 한국 정부 압박에 나서자 국내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23일 '불법 기업 쿠팡 두둔 미국 정·재계, 주권 침해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주권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과 규제 권한을 왜곡하고 위축시키려는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상장 기업이 기본적인 정보보호 조치도 하지 않아 한국 국민의 4분의 3에 달하는 막대한 개인정보를 유출했는데도 미국 정·재계가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외교·통상적 압박에 나선 것은 문명국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조치"라며 "이를 내정 간섭이나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한국 정부를 향해선 "더 이상 미국 정·재계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쿠팡에 대한 영업 정지와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를 촉구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27일 "쿠팡은 미국 정치권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방탄로비'를 중단하고 그동안 불공정 거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이날 논평을 내고 "특히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여파로 매출이 하락한 소상공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공연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역대급 통제 시스템 붕괴와 이후 '탈팡러시'로 인한 입점 소상공인의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온 국민의 혼란은 아랑곳도 없이 인당 5000원 수준의 생색내기용 보상안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 높은 수수료에 소상공인들이 정성껏 키워놓은 상품 페이지를 남이 가로채는 '아이템 위너', '자사 브랜드 상품(PB) 우대', 입점업체에 '가격 압박'까지 일삼는 쿠팡의 영업 방식은 혁신이라는 가면을 쓴 채 행세한 명백한 약탈"이라며 "쿠팡은 대한민국 소상공인의 고혈을 착취해 미국 로비 자금으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공연은 쿠팡 측에 3대 요구 사항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쿠팡사태 여파로 매출 피해를 본 입점 소상공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책 수립 ▲플랫폼 갑질과 수수료 구조 전면 재검토로 공정 거래 질서 확립 등을 요청했다. 또 국회에 쿠팡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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