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4구역 주민들이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를 두고 "법적 근거 없는 개발 방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종묘 보존을 명분으로 한 국가유산청의 입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추가 손해배상 청구 등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27일 호소문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 권고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문화재청이 2017년 고시를 통해 세운지구에 대한 별도 심의 조항을 삭제했고, 2023년에도 "세운4구역은 문화재 협의·심의 대상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이러한 행정 해석에 따라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추진해왔음에도, 국가유산청이 돌연 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종묘 보존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몽니'라고 표현하며, 국가기관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주민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에서 불과 100m 떨어진 태릉CC 부지에 약 6800가구 공급이 추진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세운4구역과의 기준 차이를 따져 물었다. 종묘에서 약 600m 떨어진 세운4구역 개발은 문제 삼으면서 태릉CC 개발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강남과 강북 간 형평성 논란도 이어졌다. 주민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선정릉 인근에 이미 150m가 넘는 고층 빌딩과 200m를 웃도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음에도, 세계유산 훼손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종묘 인근 개발만 제동을 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세운4구역은 2004년 공공재개발로 시작됐지만 22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주민들에 따르면 2009년 SH공사가 세입자를 이주시킨 이후 임대수익이 끊겼고, 그동안 은행 대출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왔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차입금은 7250억원, 금융비용은 1280억원에 달한다. 장기화된 사업 지연 속에 주민 50여 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주민 측 설명이다.
주민들은 2025년 11월 대법원이 세운4구역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종묘 보존을 이유로 한 논쟁이 이어지며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즉시 착공하더라도 개발 이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대표회의는 정부와 국가유산청을 향해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보라"고 촉구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세운4구역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아울러 서울시와 SH공사에도 남은 인허가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 등을 상대로 한 추가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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