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그간 미국 측 어떤 의견도 없었다" 난감…"대미투자특별법 심의 절차대로"
국힘 "與, 국회 비준 요구 외면하고 입법 노력도 안해"…재경위, 법안 심의 예정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최평천 김정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자동차 등에 대한 상호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히며 그 이유로 한국 국회의 법적 절차 미이행을 지목하자 정치권이 크게 술렁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성 언급에 난감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계획된 시간표대로 관련 특별법의 입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선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내세웠다.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하기로 한 이유를 "한국의 입법부가 입법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심사 지연을 지칭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한미 관세합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이후인 작년 11월 26일 MOU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은 3천500억달러의 대미 전략적 투자를 위한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 등 투자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여권 내에선 미 측이 사실상 이 법안의 심의 지체를 문제 삼은 데 대해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여러 일정상 법안을 심의할 여유가 없었던 데다 그간 미국 측으로부터 어떤 의견도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경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통화에서 "입법 지연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실무적 의견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심사하되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작년) 12월엔 조세심의, (올해) 1월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으로 개별 법안 심의를 할 여유가 없었다"며 "정상적 절차에 따라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야가 논의해 법안을 잘 통과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원래 계획대로 재경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협조 역시 심사 지연의 이유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야당이 계속 반대해서 법안 논의를 못 했던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메시지 하나 올렸다고, 법안을 바로 통과시켜주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안 심사에 앞서 한미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며 맞섰다.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내지 협약, MOU의 경우 헌법에 따라 국회의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경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위헌적인 국회 비준 동의 '패싱'을 멈추고 국익과 산업을 위해 절차대로 빠르게 관세 협정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대미투자특별법 심사 지연도 여당이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애초에 정부와 여당은 위헌적으로 국회 비준 동의를 건너뛰고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며 "하지만 이후 적극적인 처리 노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여당은 대미투자특별법 발의 이후 법 통과를 위해 협의하자는 어떤 연락도 없었다"며 "그동안 어떻게 손을 놓고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국회 비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지만, 특별법 처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재경위 논의가 조만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재경위는 여당이 발의한 특별법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 등 5개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미국이 제안한 대미투자사업을 국회에 보고하고 사업 추진에 대한 동의를 받게 함으로써 국회의 감시·견제 권한을 강화한 특별법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쿠팡 청문회'를 진행한 한국 국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관세 문제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는 지난달 24일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불법·허위 정보 삭제 등 일정 법적 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고, 미 국무부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관세 인하는 애초 합의한 대로 소급 적용됐고, 미국이 불만을 보인 적이 없다"며 "관세를 인상한 다른 원인이 있을 것 같아서 상황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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