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습 관세 인상…여야 정쟁이 부른 통상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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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습 관세 인상…여야 정쟁이 부른 통상 재앙?

투데이신문 2026-01-27 09:54: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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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트럼프 1년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 조직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참여자가 베네수엘라 침공을 규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트럼프 1년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 조직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참여자가 베네수엘라 침공을 규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합의한 무역합의를 깨고 다시 관세를 올리겠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한미 간의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6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난 2025년 7월 30일에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으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천마총 금관 모형'을 지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천마총 금관 모형'을 지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만을 콕 집어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국회 비준 절차를 문제 삼는 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인 만큼 여야는 진영을 떠나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대미투자특별법’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지만 비준 여부와 재정 부담을 둘러싼 여야 공방 속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현재 계류 상태에 놓여 있다. 현재의 국회 운영 상황과 야당의 반대 분위기로 볼 때 대미투자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본희의 문턱까지 넘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고 공개적으로 한국 국회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민의힘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 법을 협조 및 처리해주는지도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 돼버렸다.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가 체결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국내에서 실행하기 위한 법적 그릇이다. 한·미 간에 합의된 대규모 대미 투자와 자동차 관세 인하 등 패키지 내용을 국내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일종의 이행입법인 것이다.

한국 정부가 최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한미전략투자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운용할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한다. 투자 기간은 20년 한시로 설정하고 연간 송금 한도(연 200억달러)를 두는 등 외환·재정 리스크를 관리하는 장치도 법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자동차 등 관세 25% 인상 소식이 전해진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5.99 포인트(0.73%) 내린 4913.60 포인트를 나타내며 하락 출발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50원(0.73%) 오른 1451.10원, 코스닥 지수는 11.31 포인트(1.06%) 오른 1075.72 포인트. 2026.01.27. [사진제공=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자동차 등 관세 25% 인상 소식이 전해진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5.99 포인트(0.73%) 내린 4913.60 포인트를 나타내며 하락 출발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50원(0.73%) 오른 1451.10원, 코스닥 지수는 11.31 포인트(1.06%) 오른 1075.72 포인트. 2026.01.27.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해 한국산 자동차·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이를 다시 2025년 11월 1일로 소급 적용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구상을 세워 왔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법안 발의일을 기준으로 관세 인하 효력이 소급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강조해 왔다.

법안은 2025년 11월 26일 국회에 제출됐다. 대표 발의자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이며 소관 상임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별도 자료를 통해 법안 발의를 공식화하며 “한·미 전략투자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고 자동차 관세 인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형식상 ‘발의’가 이뤄졌을 뿐 실제 입법 절차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수준이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의 심사와 공청회, 쟁점 조정에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표결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기획재정위원회는 대미투자 대응 예산과 후속 입법 필요성 등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도 회의를 열어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작 대미투자특별법 심사 일정과 처리 시한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현재로선 첫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 심사 일정조차 속도감 있게 잡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대미투자특별법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헌법 제60조에 규정된 ‘국회의 조약 비준 동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 조항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야당인 국민의힘은 한미 전략투자 MOU를 사실상 이에 준하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은 단순한 행정부 간 양해각서를 넘어선 사실상의 조약”이라며 “비준 동의 절차 없이 이행입법 격인 특별법만 먼저 처리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통제권을 우회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막대한 재정·외환 부담이 국민 세금과 외환보유액 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가 먼저 조약 또는 MOU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정부는 “한미 전략투자 MOU는 법적 구속력이 제한적인 행정협의 성격으로, 엄격한 의미의 조약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틀을 국내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통제할지는 국회가 특별법을 통해 설계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자동차 관세 인하와 조선·핵심 산업 투자 확대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앞세워 특별법 처리에 정치적 속도를 붙이려는 유인이 더 큰 셈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 부담과 ‘국회 통제 장치’의 실효성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연간 200억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30조원 안팎의 투자·재정 부담이 2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며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되는 구조”라고 우려를 제기한다. ‘대미 전략투자’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장기간 막대한 재정 리스크를 끌어안는 법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정부는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정부보증 해외채 발행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라며 “자동차·조선·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한미 공급망을 강화해 장기적으로는 국익에 부합하는 전략 투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사업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복수의 심사·감독 기구를 두어 국회 통제권을 제도화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세를 다시 올릴 것이라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1월 1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세를 다시 올릴 것이라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1월 1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그럼에도 야당에서는 “3,500억달러급 투자 계획에 국회가 사후 보고만 받는 구조로는 민주적 통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야당은 비준 동의 외에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보다 강력한 견제 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법사위 단계에서 관련 조항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과의 무역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치러 그것을 ‘치적’으로 삼고 싶은 이재명 정부에 이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야당을 설득해 하루빨리 국회 승인 절차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여권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를 계기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가로막고 있는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자동차 관세 15% 소급 적용을 위해 필요한 법을 야당이 정치공세로 틀어막고 있다”는 의구심을 계속 나타내고 있다.

이에 여권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국회를 지목해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낸 만큼 국회 미승인을 ‘국익 훼손’과 연결하는 프레임 전쟁으로 상황을 정면 돌파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이들은 “문제의 출발점은 국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행정부가 초대형 대미 전략투자 약속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비준 동의 절차를 생략한 채 특별법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이야말로 국회 패싱”이라고 맞서고 있다. 관세 인하와 통상 리스크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럴수록 ‘국회가 먼저 합의 내용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야당 논리다.

문제는 야당이 경제통상문제를 정쟁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여당과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누적돼 있는 상태다. 특히 장동혁 대표가 단식을 할 때 정부여당 인사가 전혀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앙금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 후 배웅하며 악수하는 모습. [사진=이재명 대통령 SNS]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 후 배웅하며 악수하는 모습. [사진=이재명 대통령 SNS]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야는 더욱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으로 국회 비준 문제를 타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국익을 위해 속도를 우선할 것인가, 헌법과 재정 규범을 앞세워 절차를 우선할 것인가’라는 가치 충돌 구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로 한가하게 여야의 가치 충돌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보수진영에서는 ‘환율 급등세가 겨우 안정세로 접어들었는데 연간 2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게 되면 제 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은 정부와 여당의 대응 범위를 더욱 좁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정부여당이 야당을 협상 테이블에 빠르게 앉혀 급한 현안이라도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의 압박 작전에 대한 대응 시간을 벌 수 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여권이 원하는 대로 대미투자특별법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아니면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한미 전략투자 MOU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먼저 처리하거나 최소한 비준 동의와 특별법을 패키지로 묶어 심사·의결하는 절충안도 제기된다.

하지만 위 경우의 수 두 가지가 모두 물 건너 가게 되면 사실상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무역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한국 국회를 상대로 한 노골적인 통상 압박 작전이지만 동시에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국가 대사를 ‘국회 패싱’ 논란 속에서 단독으로 밀어붙여 초래한 대미 무역 전략의 취약한 고리를 드러낸 측면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비록 소수라 하더라도 야당을 설득하고 국정에 동참시켜 같이 가지 않으면, 결국 미국은 한국의 그 약한 고리를 타격하는 전략으로 더 많은 투자를 받거나 관세를 올리려 할 것이다. 경제 이슈도 결국은 정치의 문제로 치환된다. 한국과 같이 여야 관계가 불안하고 적대적인 국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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