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불가’ 키즈 모델 에이전시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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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불가’ 키즈 모델 에이전시 실태

일요시사 2026-01-27 09:51:59 신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아이를 가진 부모의 환심을 사는 건 쉽다. 내 아이가 모델이 될 수 있다면 혹하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될까. “재능이 있다”는 말 한마디에 덜컥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이의 미래와 부모의 마음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실정이다.

“저희 아이가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요.” 5살 아이를 둔 아빠 A씨는 SNS에 뜬 키즈 모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키즈모델 에이전시인 B사의 계정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아무나 합격? 

지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가 1차 프로필에 합격했다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전화였다. A씨는 B사로부터 “‘카메라 테스트가 있을 예정인데 테스트 비용이 10만원 발생한다’며 ‘테스트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환불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흔쾌히 카메라 테스트 비용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업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테스트에 합격할 경우 이른바 ‘소속비’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속비란 키즈 전문 에이전시에서 아이를 회사에 소속시킨다는 명목으로 요구하는 비용이다. 보통 계약·관리 명목의 비용이지만 정상적인 기획사는 소속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데뷔를 시켜주겠다”거나 “드라마에 출연을 시켜주겠다”며 회유성 조건을 거는 경우는 불법이다.

이에 A씨는 이상함을 느끼고 B사에 “카메라 테스트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B사는 당초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던 설명과 달리 돌연 “환불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진 작가 섭외와 촬영 예약이 이미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카메라 테스트조차 받지 않았는데 환불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메라 테스트 비용을 받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통상 예약금 명목으로 비용을 받더라도 테스트 이후 환불을 해주거나, 원본 사진 제공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결국 A씨는 테스트 비용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수차례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연락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카메라 테스트비 받고 ‘배 째라’
합격 통보하고 ‘소속비’ 요구

8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 C씨 역시 SNS 광고를 통해 B사를 알게 됐다. C씨는 “카메라 테스트만 받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신청 후 테스트비 명목으로 돈을 입금했고, 테스트 당일 스튜디오에서 간단한 촬영을 진행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촬영 후 이어진 상담에서 업체 측은 “테스트에 합격했다”며 소속 계약 제안을 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소속비’ 이야기가 나왔다. 소속 기간은 2년이었고, 중도해지 시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속비가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안내받은 적이 없었다”는 C씨는 “처음부터 소속 계약을 전제로 한 오디션이었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소속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미 지급한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

C씨는 “카메라 테스트 자체보다도, 중요한 비용 얘기가 사전 고지가 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느꼈다”며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일인 만큼 더 명확한 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다른 기획사에서도 반복되고 있었다. 6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 D씨는 아이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E사로부터 아동 모델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지원한 기억이 없어 의아했지만, “키즈 모델을 찾고 있다”는 설명에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했다.

카메라 테스트는 2~3분 남짓 진행됐다. 촬영 직후 상담실로 이동하자, 업체 대표는 각종 광고·브랜드 촬영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쪽으로 계약하면 이런 촬영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조건과 함께 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D씨는 “레슨비 명목이었는데 6개월 된 영아에게 어떤 교육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정 과정 역시 문제였다. D씨는 “오늘 오후까지 계약해야 한다” “이번 주 오디션이 끝이라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달라는 요청에도 “오늘 결정하지 않으면 계약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D씨는 결국 계약금을 결제하고 나왔다. 하지만 이후 언급했던 촬영은 진행되지 않았다. 계속된 기다림 끝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위약금이 너무 커 환불할 수도 없었다.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왜 보호자가 부담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브랜드 연결 가능”
허위 문구 광고로 회유

유입된 부모들의 공통점은 모두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 키즈 모델 모집 광고에는 ”모델 등록뿐만 아니라 실제 브랜드와 연결되는 모델을 선발한다“고 적혀있었다. 이에 더해 “한정된 인원만 모집 중이며 마감 시 추가 인원 선발은 없다”며 광고했다. 부모들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문구다.

한 연예 기획사가 발표한 불법 매니지먼트 유형에 따르면 ▲학원형 기획사 ▲아역 에이전시사 ▲제작형 기획사로 나뉜다. 먼저 ‘학원형 기획사’는 연기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광고·방송·영화 에이전시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트레이닝 비용과 소속비를 함께 요구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키즈 모델 선발 대회나 오디션을 열어 참가자 정보를 수집한 뒤 고액의 수강료나 소속비를 요구한다. 이는 매니지먼트사가 교육·훈련 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 전속계약서의 취지에 어긋난다.

‘아역 에이전시사’는 학원 운영 없이 광고·방송·영화 출연을 알선해 준다며 소속비나 프로필 촬영비를 요구하는 유형이다. 무허가 키즈 잡지나 웹진을 만들어 표지 모델 선발 대회를 진행하거나, 유명 잡지·모델 선발 대회가 열리는 것처럼 홍보한 뒤 비용을 받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스튜디오 운영을 겸하며 프로필 사진 촬영을 영업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제작형 기획사’는 방송 고정 출연이나 콘텐츠 제작 참여를 조건으로 투자금이나 제작비 명목의 비용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공중파나 종편 출연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편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비용을 먼저 요구하거나, 대본 리딩·트레이닝을 포함한 제작비를 부담시키는 경우다. 

정신적 부담 

한편 부모들은 환불을 받기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법적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비용·정신적 부담을 이유로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금액이 수십만원대의 소액인 경우도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일찌감치 포기한다.

A씨는 “적은 금액이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찾아보니 나 같은 사람이 많더라. 아이를 위한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건 정말 나쁜 짓”이라고 질타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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